7년을 끌어온 영천 한약재 약초유통단지 건립사업이 또 한해를 넘겼다. 그러나 내년 건립 전망도 불투명해 약초 상권 특성화 및 활성화를 기대해온 지역 약초상인들이 크게 실망하고 있다.
◇어떻게 흘러왔나=영천시 완산동 영천역 주변에 산재한 100여개 약초 도·소매상 은 이제 전국적인 한약재(약초)집산지로 성장, 연간 거래액이 5백억원대가 넘는다.
그러나 점포가 대부분 비좁고 낡은 데다 주변도로가 좁고 주차공간이 부족해 약초유통단지 건립 필요성이 제기됐다. 또 약초상 대부분이 5일장날만 영업할 뿐 평상시에는 약초를 수집하러 다니느라 문을 닫아 외관상도 좋지않고 완산시장 활성화에도 도움이 되지 않는 것도 한 이유가 됐다.
1991년 당시 김정규 영천시장은 영천약초연합회가 부지를 확보하면 시청이 유통단지 조성에 적극 협조하겠다고 문서로 약속했다. 이에 회원들은 약초유통단지추진위를 만들어 한 사람당 900만~1천만원씩 거두고, 금융대출을 받아 10억원을 조성해 1994년 도동 자연녹지 2천915평을 약초유통단지부지로 매입했다.
그러나 자연녹지에 약초유통단지를 개설할수 없어 도시계획재정비, 국토이용계획변경 절차 등으로 7년을 끈 끝에 지난 8월 준주거지역 변경 승인을 받았다.
◇왜 안되나=부지문제가 해결되자 연합회 상인들이 이견을 보였다. 연합회 상인 100여명 중 기존의 완산동 시장에 자기 점포를 갖고 있는 10여명이 이전을 원치 않으면서 약초시장이 도동과 완산동으로 분산될 가능성이 커진 것.
여기에다 적극 협력을 약속했던 영천시청은 약초시장 이원화 우려를 이유로 지원에 난색을 표하고 나섰다.
약초유통단지추진위 오태환(60)위원장은 "지난 10월 박진규 영천시장에게 약초유통단지 조성에 필요한 도로개설(기부채납조건)과 포장 등 기반조성사업 지원을 요청했으나 박시장이 상권 이원화를 우려, 지원에 난색을 표시했다"며 "이전을 원하는 영세상인 85명의 형편상 몇 억원씩 들어가는 기반조성사업비를 댈 능력이 없어 시청의 지원이 없는 한 유통단지 건립은 또 수년간 늦어질 것"이라고 안타까워 했다.
◇영천시청의 발빼기=영천시청에서도 지역경제에 큰 도움을 주고 있는 약초시장 활성화가 필요하다는 것은 인정하고 있다.
박진규 영천시장은 올해 완산동 공병대부지 5천평에 생약전시관을 설립하고 약초시장을 개설하는 등의 약초시장 현대화사업계획을 수립해 190억원의 국비를 요청하기도 했지만 영세상인들이 애써 마련한 부지에 기반조성사업비 지원 요청에는 난색을 표시, 납득하기 힘들다는 지적을 받고 있다.
이에 대해 일부에서는 몇 년전 영남대 영천병원 개원을 위해 시청이 병원앞 진입도로를 시비(1억8천여만원)로 개설한 것을 예로 들면서 박시장이 선거를 의식, 도동으로의 이전에 원치않는 완산동 주민들의 눈치를 보고 있다는 비난도 나오고 있다.
시청의 한 관계자는 "도동 유통단지 건립에 찬성과 반대하는 약초상인들의 비율이 반반 이어서 시청이 나설 입장이 아니다"라고 말했다.
◇관계자들의 견해=약초유통단지추진위 오태환회장은 "영천시청이 유통단지 부지조성사업만 지원해주면 고속도로와 국도를 끼고 있는 도동 유통단지에 100여개 점포와 상설 약초공판장을 개설, 이곳을 전국 규모의 약초 집산지로 육성, 발전시킬수 있다"며 "시청이 내년에라도 진입로 개설, 단지내 도로포장 등 기반조성만 지원해주면 상인들이 건물을 지어 활성화시킬 수 있으며 약초 상권 이원화 문제는 상인들의 손에 맡겨달라"고 말했다.
박진규 영천시장은 "약초상 전체가 도동으로 이전하지 않을 경우 상권이 분산될 우려는 있지만 추진위가 이전 및 사업계획서를 정식으로 제시할 경우 정밀 검토해 행정지원을 하겠다"고 밝혔다.
완산동에 점포를 소유한 약초상 박영태(58)씨는 "도동에 약초유통단지를 설립하는 것에 대해 반대하지는 않지만 개인적으로는 사업여건과 기존 거래처때문에 완산동에서 계속 영업할 것"이라고 했다.
영천·서종일기자 jiseo@imaei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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