美 확전 관련 말 따로, 행동 따로

입력 2001-12-21 14:12:00

요즘 세계적인 관심사는 아프가니스탄 탈레반군과 알 카에다 조직을 와해시킨 미국이 확전을 실제로 결행할지 여부. 미국 정부가 '테러 완전 근절'을 명목으로 밀어붙인다면 그 어느 나라도 새로운 전장이 될 수 있는 현 상황에서 미국으로부터 '불량국가' 또는 '테러지원국'이란 의심을 받고 있는 북한이 그들 특유의 '말 따로, 행동 따로' 행보를 보이고 있다.

북한 언론들은 최근들어 대미 강경대응 자세를 잇따라 천명하고 있다. 노동당 기관지 노동신문은 지난 16일 최근 미 국무부가 북한 미사일의 확산 문제를 북.미대화에서 논의해야 할 문제라고 지적한 데 대해 '북.미 관계를 극한의 대결 국면으로 몰아가 우리를 공격하기 위한 기도에서 비롯된 것'이라며 '그에 대응한 준비를 할 것'이라고 강조했다. 지난 14일 조선중앙방송은 '미국이 핵.미사일 검증을 요구한다면 병력강화로 맞설 것'이라고 보도했다.

북한은 지난달 말 미국의 아프간 공격을 '제국주의 세력의 군사행동'이라고 비난한 데 이어 미국 정부의 대(對)테러전 확전 검토에 대해서도 비난의 화살을 퍼붓고 있다. 지난 14일자 노동신문은 '미국의 반테러전 확대기도는 제 3차 세계대전을 일으킬 수 있는 무서운 불씨'라며 '미국이 반 테러를 구실로 세계를 둘로 갈라 대립시키려 한다'고 공격했다.

북한 당국의 입장을 대변해 온 북 언론의 최근 보도만을 보면 북한은 강대국 미국과 일전도 불사할 것처럼 보인다. 그러나 북의 대미 강경대응 방침은 표면적일 뿐 '행동'은 그렇지 않다.

북한은 이달초 방북한 스웨덴 특별사절단에게 폭탄테러 억제협약 등 5개 반테러 협약에 가입의사를 표명했다. 이에 앞서 북한은 지난 10월 '테러자금 조달 억제에 관한 국제 협약' 등 2개 반테러 협약에 정식 서명했다. 9.11 테러이후에만 종전까지 가입하지 않고 있던 7개 반테러 협약에 가입하거나 가입의사를 표명한 셈이다.

북한은 또 종전보다 아랍권 국가와의 교류에 신중을 취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정부의 한 고위 당국자는 "북한이 최근 아랍국가에 대한 관리의 출장이나 순방을 뒤로 미루는 등 미국의 대테러전을 상당히 의식하고 있다"고 밝혔다.

언론보도 한구석에서도 그들의 속내를 읽을 수 있다. 16일자 노동신문은 '미국이 우리와의 관계를 점잖게 풀어나가는 것이 그들의 체모에 어울리고 이로운 것이 될 것'이라고 했고, 평양방송도 15일 '미국이 선의적인 자세로 나오면 우리도 선의로 대답할 것'이라고 덧붙이며 대화의지를 내비쳤다.

이처럼 말과 행동이 다른 북한의 대응에 대해 전문가들은 "안으로는 위기의식을 조장해 주민들의 단결과 충성을 이끌어내고, 외교적으로는 북한으로 날아올 수도 있는 미국의 반테러전 '유탄'을 피할 명분을 쌓는 효과를 노린 것"이라고 풀이했다.

송회선기자 song@imaei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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