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월 따라 인간 세상의 가치 기준도 달라지겠지만 그중에서도 미인(美人)을 보는 눈만큼 달라진 것도 없을 법 하다. 과거 우리가 꼽았던 미인의 전형은 우선 전체적으로 아담 '사이즈'여야 했다. 키는 작고 통통해야 하며 젖가슴은 작되 소담스러워야 했고 눈과 코도 대체로 작으면서 입술은 붉고 살결이 고운 여인, 그래서 '보름달 처럼' 훤한 얼굴을 부잣집 맏며느리감이자 일등 미인으로 꼽았던듯 하다.
0..이런 과거형 미인에 비해 요즘 드날리는 미인형은 슬림형 슈퍼 모델이다. 늘씬하고 윤곽이 선명한 몸매, 개성적인 큰 눈, 높은 코… 특히 여성은 열굴은 못생겨도 몸매는좋아야 하며 그중에서도 가슴이 커야 미인이 되는 시대다. 이쯤되면 버들 허리 하늘대는 '보름달형(型)' 미인을 두고 다복다산(多福多産)의 미인형이라 좋아했을 할아버지들이 이처럼 쭉쭉빵빵한 개성적인 미인들을 보고 '팔자가 드센 추녀' 아니면 '요사스럽다'고 외면해 버리지나 않을는지 슬며시 걱정된다.
0..캐나다 환경의학연구소의 도널드 매크리어리 박사 연구에 따르면 정상체중(體重) 여성의 31%가 과체중으로 느끼고 살을 빼야되겠다고 생각하고 남성은 5%만이 과체중으로 느낀다는 것이다. 또 과체중으로 살이 찐 남성들중의 상당수가 스스로를 두고 '체구가 듬직한 매력적인' 남자라 착각하고 있는데 비해 여성들은 자신의 몸이 표준체중에도 미달, 형편없이 허약 체질인데도 스스로 '건강하고 매력 만점'의 여성이란 자가도취에 빠져있다는 지적이다.
0..매크리어리 박사는 자신의 체중을 두고 남녀간의 감각이 이처럼 반대인 것은 "현대 사회가 여성에게는 날씬해지도록, 남성에게는 듬직해지도록 무언의 압력을 가하기 때문"이라 결론짓고 있다. 사실 매크리어리 박사 아니더라도 상당수 여성학자들은 미인은 태어나는 게 아니라 그 시대의 기준과 기호, 필요성에 의해 만들어진다는 주장을 하고 있다.13인치의 개미허리를 갖기위해 오장육부를 망가뜨린 16세기 프랑스 귀부인이나 반뼘되는 전족을 만들기 위해 병신을 감수했던 청나라 미인들의 모습이 바로 그 좋은 예란 것이다.예부터 영웅호걸도 때를 잘 타야 된다했거니와 절세가인도 시대를 잘 타야 된다는 것일까.
김찬석 논설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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