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흥청망청'송년모임 이젠 안녕!

입력 2001-12-20 00:00:00

박모(56·대구시 수성구 황금동)씨는 어릴적 동네 친구 20여명과 지난 해까지 대형음식점이나 호텔에서 20년 가까이 가져온 송년회를 올해는 자신의 집에서 하기로 했다. 박씨는 "해마다 100만원 넘는 행사를 끝내고 나면 뭔가 허전했다. 올해는 회원 각자가 음식을 준비해 송년회 비용을 대폭 줄이는 대신 불우이웃돕기 성금을 내기로 했다"고 말했다.

송년모임 풍속도가 달라지고 있다.

올해는 2차, 3차 흥청거리는 술파티가 줄고 이웃돕기 같은 의미있는 '이벤트'로 한해를 마무리하려는 송년모임이 늘었다. '1만원 송년회', '대낮 송년회' 등의 실속모임도 자리잡아가고 있다.

ㅎ교육 방문학습 지도사 10여명은 오는 24일 대구시 남구 한 고아원을 찾아 100여명의 아이들에게 크리스마스 파티를 열어주는 것으로 송년회를 대신할 계획이다. 한 지도사는 "회원들이 벌써부터 산타클로스 복장을 하고 아이들에게 사탕 목걸이를 달아주는 꿈에 부풀어 있다"고 말했다.

대구시내 중견 인사 80여명은 18일 밤 한 카페에서 '시각장애인을 위한 작은 음악회'를 여는 것으로 송년모임을 대신하고 즉석에서 모은 성금 500여만원을 맹인선교단체인 포도나무선교회에 기탁했다.

대구 성서공단의 한 자동차부품회사 여직원 30여명은 지난 15일 자선바자회를 열어 수익금을 불우이웃돕기성금에 보탠 뒤 간단한 저녁식사로 한 해를 마무리했다.E마트 만촌점도 송년회 비용을 줄여 고아원·양로원에서 일대일 선물 증정식을 가질 예정이다.

검소한 송년모임도 늘고 있다.

20일 동료들과 송년회를 갖는 개인택시기사 김종훈(53·대구시 동구 방촌동)씨는 지난해부터 '대낮 송년회'를 열고 있다. 김씨는 "지난해에 2만원이던 회비를 올해는 1만원까지 낮췄다"며 "회비에 맞춰 1인분에 2천원하는 돼지갈비집을 송년회 장소로 결정했다"고 말했다.

회사원 김중희(32·경북 경산)씨는 송년행사로 시민운동장에서 직장동료들과 야구시합을 가진 뒤 저녁식사를 하는 데 1만원이 들지 않았다.

이상준기자 all4you@imaei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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