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구시내 수련병원들마다 전공의 즉 '레지던트'가 한명도 없는 과(科)가 생겨 이를 채워넣느라 고민들이라고 한다. 병리·방사선·응급의학·흉부외과 등이 그런 예들이요, 반대로 피부·안과·성형외과 같은 곳은 넘쳐나는 판. 소아과·ENT·내과도 여전히 난공불락이다. 모대학병원의 경우 올초 30여명의 레지던트 지원자중 1·2등이 단1명 뽑는 피부과에 지원, 2등짜리가 탈락하는 기현상을 빚었고 또다른 병원의 병리·흉부쪽에는 아예 지원자가 없어, 조금 과장하면 일손놔야 할 판이라고 한다. 전공과목 선택의 1순위는 위험부담 여부, 2순위는 경제성(수입)여부가 되고 사명감·명예같은 단어는 '순위권밖'이라는 이야기다.
0..지난주 발표된 대학입시에서 의대경쟁률은 장난이 아니게 높았다. 웬만하면 4대1, 5대1이었다. 고급두뇌의 의대집중현상이 인술(仁術)에의 매력의 결과라면 참으로좋으련만 고실업 (高失業)에 따른 안정성·경제성 추구의 사회적분위기를 반영한 것이라는 점에서 우리는 우울해진다. "의사는 역시 칼잡이가 최고"라며 일반외과의들이 스스로를 GS즉 그레이트 서전(Great Surgeon)이라고 부르던 시대는 불과 20년전, 지금의 50대 의사들의 시대로 끝이 났다. 선배의사가 터잡은 인근에 개인의원을 낼 때에도 전공이 같든 다르든간에 그 선배의 허락을 받고서야 문을 열 수 있었던 시절은 이미 석기시대. 전통과 명예·인술·양심 등속의 단어들은 사전속에 묻혀버린 느낌이다. 그래서 레지던트들은 인기과목으로집중되고, 이런 결과는 의료인력수급의 심각한 불균형 현상까지 빚어낸다.
0..일본의 의과대학들이 내년부터 의료지식외에 환자와의 교감 등 의사의 인간적 자질을 평가하는 새로운 공통시험을 의사국시에 앞서 실시할 계획이라고 한다. '임상실습 개시전의 학생평가를 위한 공통시험'이란 이름의 이 시험은 4, 5학년 의대·치대생을 상대로한 것인데, "의사가 되려면 먼저 인간이 돼라"는 말씀이다. 특히 실기시험은 진찰과정에서환자를 존중하고 신뢰감을 주는지의 여부 등을 평가하는데, 실제로 모대학의 시범실시결과 실기시험 상위권 5%의 학생들이 인격시험에서는 낙제점을 받았다고 한다.
0..일본이 오죽했으면 '윤리백신'이라고도 할 수 있는 이 제도를 의대생 교과과정에 도입하려 했을까?를 생각하면 전혀 남의 일이 아니다. 의료보험·의약분업·의료대란의과정을 거치면서 우리의료계도 '의사윤리지침'을 제정, 자기개혁의 목소리를 내려하고 있지만 그것은 이미 의사가 된 후의 일. 우리 의과대학에서도 이같은 '윤리백신'의 처방이절실해 보인다.
강건태 논설위원
댓글 많은 뉴스
국힘 김상욱 "尹 탄핵 기각되면 죽을 때까지 단식"
[단독] 경주에 근무했던 일부 기관장들 경주신라CC에서 부킹·그린피 '특혜 라운딩'
민주 "이재명 암살 계획 제보…신변보호 요청 검토"
국회 목욕탕 TV 논쟁…권성동 "맨날 MBC만" vs 이광희 "내가 틀었다"
최재해 감사원장 탄핵소추 전원일치 기각…즉시 업무 복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