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V 다시보기-식상한 기존 오락 프로와 차별화

입력 2001-12-18 15:07:00

요즘 들어 매주 토요일 밤이 기다려진다. 다름 아닌 MBC TV의 '느낌표(!)'가 연 6주간 감동을 선사하고 있어서다. 오락 프로그램이 이렇게도 만들어질 수 있다는 데에 놀라움을 감출수가 없다. "오락 프로그램" 하면, 개그맨들의 무례에 가까운 익살, 사사로운 말투, 화면을 가로막는 자막, 소란한 웃음소리 등으로 식상하게 하는 프로그램이 대부분이지만 '느낌표(!)'는다르다.

'느낌표'에는 '책 책 책, 책을 읽읍시다' '방귀 뀌는 자동차' '박경림의 길거리 특강' '다큐멘터리 이경규 보고서' '신동엽의 하자! 하자!'의 다섯 코너가 옴니버스식으로 펼쳐진다. 김용만·유재석이 진행하는 '책을 읽읍시다'는 이 프로그램의 백미(白眉)이다. 시청자들은 배꼽을 움켜쥐는 폭소 속에 허를 찔린다. 나는 과연 얼마나 책을 읽었으며, 읽고 있는가를 반성하게 되는 것이다. 컴퓨터와 영상산업이 책을 밀어낸 이 시대에도 책을 사랑하고 열심히 책을 읽어 지식을 저장하는 젊은이들을 볼 수 있어 감동이 크다.

'방귀 뀌는 자동차'에서는 일상의 무질서한 교통 흐름을 새삼스레 바라보며 노란 방귀가스를 마치 자신이 마시고 있는 듯한 부끄러움을 느끼게 된다. '길거리 특강'은 인생을보람있게 살고 있는 사람들이 주는 특별한 메시지로, 숙연함을 느끼지 않을 수 없다. '다큐멘터리 ∼보고서'는 서울에 사는 너구리를 추적, 이동통로를 알아내어 보호한다는 취지로 출발,생태계 보존에 대해 다시 한 번 생각하게 한다. 그 중에서도 '신동엽의 하자! 하자!'는 특별한 감동을 준다. 고교생들이 한창 자랄 나이에 아침식사를 거르는 경우가 대부분이라는 것에 착안해 '밥차'를 불러다가 밤을 새워 더운밥을짓고 한 끼나마 잘 차려 먹임으로써 현행 학교 제도를 비판하고 고발한다.

'느낌표'는 그 주제가 건전하고도 중후하다. 웃음과 페이소스 속에 우리 시대의 병리를 해부하고 은연중 수정하게 하는 힘이 느껴진다. MC들이 수선을 피우는 게 문제라면문제랄까, 각 코너를 독립시켜 더 길게 만들 것을 권하고 싶을 만큼 착상이 좋은 프로그램이라 생각된다.

미디어모니터회 최영자 glsarang@kebi.com

최신 기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