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대중과 아태재단

입력 2001-12-18 12:15:00

며칠전 일부 신문에는 아태재단 건물의 사진이 실렸다. 지상 5층에 지하 3층으로 건평은 약 1천500평에 이른다고 한다. 오는 20일 아태재단이 증축된 건물 입주식을 갖고 그 옆에 '동교동'이라고 불리는 김대중 대통령의 사저가 착공된다는 소식이었다.

그리고 며칠 뒤에는 아태재단 후원회 사무처장을 지낸 인사가 수억원을 받아챙겨 구속됐다는 기사가 실려 있었다.

이를 본 국민들의 심정이 어떠했으리라는 것은 미루어 짐작이 간다. 온 나라가 게이트니 리스트니 하는 통에 국민들의 가슴이 타들어 가는데다 기름을 끼얹는 결과를 낳았을 것이다.

때맞춰 김영삼 전 대통령과 김종필 자민련 총재는 아태재단을 전두환 전 대통령의 일해재단에 비유했다. 특히 검찰총장 탄핵안 부결에 협조한 김 총재를 향해 민주당 대변인이 나서 "국가를 생각하는 정치지도자의 경륜에 경의를 표한다"고 극찬했다.

김 총재가 아태재단을 일해재단에 비유한 발언을 단순히 DJP공조 파기의 서운함에 대한 반발이라고 치부할 수 있을까? 아닐 것이다. 그러나 여권 어디에서도 귀담아 들은 흔적은 없다.

아태재단에는 현재 김 대통령의 차남이 이사장이 공석인 채 부이사장으로 있고 동교동계 사람들이 이사진을 구성하고 있다. 또 김 대통령의 정계복귀와 국민회의 창당 그리고 대선에 이르기까지 재단의 발자취를 보면 DJ직할 사조직이라는 야당의 주장도 지나쳐 보이지 않는다. 앞으로 재단이 어떻게 굴러갈 것인가도 쉬 짐작이 간다.

17일 김 대통령은 '국정에 전념하겠다는 의지에는 변함이 없다'고 강조했다. 민주당 총재직을 내놓으면서 한 약속의 리바이벌이다. 하지만 국민들은 대통령의 말을 곧이곧대로 믿으려 하지 않는다. 믿어도 위기 극복이 될까말까 한데 불신한다면 답은 뻔하지 않은가.

그런 점에서 퇴임 후 '상왕'으로 군림하려한다는 비판의 표적이 되고 지금도 각종 비리사건이 터질 때마다 의혹의 시선을 받고 있는 아태재단을 국가에 헌납하거나 발전적으로 해체하는 것이 국민들로 하여금 믿게 만드는 첫 단추가 될 수 있다는 생각이 든다.

정치1부 이동관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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