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춘추-미래를 훔치는 사람들

입력 2001-12-15 15:22:00

현재는 월급으로 생활하고, 노후에는 자신의 연금으로 살아 갈 수 있으면 건전한 직장이라고 한다. 그런데 최근 그 노후가 불안해지기 시작했다. 얼마 전, 한국경제연구원은 약 130조원에 이르는 공적자금의 손실이 예상된다고 했다. 이를 모두 세금으로 충당한다면 가구당 1천만원 가량의 부담이 된다. 그런데 우리의 허리를 휘게 할 이 돈이 기업과 금융기관 부실 책임자들이 재산을 은닉하거나 해외에 빼돌리고, 정부가 공적자금을 과다 집행한데서 기인했다고 한다. 여기에서 나는 내 미래와 함께 국가의 장래를 생각하지 않을 수 없다.

공적자금이란 IMF 당시 정부가 보유하는 주식 및 각종 기금, 즉 국가의 신용과 국민의 미래를 저축한 온갖 기금을 합쳐 기업을 살리기 위해 투자한 돈이다. 당시 서민들은 금반지를 모아서 나라의 경제를 살리고자 노력했다. 바로 이 시점에서 간 큰 사람들은 공적자금을 자신의 배속으로 끌어넣었다. 정부는 이를 제대로 관리하지 못했다.

구한말 대구에서는 나라를 구하고자 국채보상운동이 일어났다. 결혼반지를 판돈, 금연한 담뱃값까지 모아서 국채를 갚고자 했다. 그런데 국채보상금 대부분은 어디론가 사라져 버렸다. 그 돈의 대부분도 어떤 간 큰 사람들이 먹어 치웠다. 그리고 나라는 망했다. 그런데도 공적자금을 손대려는 사람이 오늘에도 있다.

국가란 사회 정의가 실현될 때 존속하는 힘을 갖게 된다. 사회정의는 정당하게 일한 사람에게 보상을 주며, 불로소득자를 규탄하고, 사취를 일삼는 이들에 대한 처벌을 요구한다. 따라서 공적자금 유용자와 그에 대한 허술한 관리자들에 대한 철저한 조사와 처벌에 국가의 정통성이 달려 있다. 정부가 이 문제를 소홀히 취급하면 그 정통성은 나락에 떨어진다.

그러나 우리 미래를 훔치려는 사람들을 철저히 감시해야 할 의무는 우선 우리 개개인에게 있다. 미래의 어느 날 한 늙은 할머니는 젊은 시절 연금을 착실히 부었음에도 불구하고 가난을 못이기는 삶을 영위할 지도 모른다. 우리의 의료보험이나 적립된 연금 증서가 휴지조각으로 전락되지 않기 위해 우리는 깨어 있어야 한다. 김정숙(영남대교수.국사학)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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