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머투어 호주(1)

입력 2001-12-14 14:14:00

부드러운 햇살, 황금색 해안, 어떤 물감으로도 색칠할 수 없을 것 같은 파란 바다, 끝이 없는 광활한 초원, 원시림 사이로 반짝이는 남십자성, 작은 부부새들이 환희의 목소리로 단잠을 깨우는 아침, 거기다 소박하고 친절한 사람들까지….

여름이 시작된 지구 반대편 남반구. 유칼리투스잎 종류의 묘한 향기가 내내 코끝을 떠나지 않는 호주는 지금 여름이자 가장 큰 명절 크리스마스시즌. 해변에서 선텐이나 레포츠를 즐겨도 좋고 도시 구석구석을 돌아보기에도 좋은 때이다. 호주에 가면 일상의 '나'는 어디론가 사라진다. 볼 것인가, 즐길 것인가. 호주의 케언스, 브리스베인, 시드니를 3회에 걸쳐 찾아본다.

호주 퀸즈랜드주 북동부 해안도시 케언스는 설탕항구이자 퀸즈랜드 관광의 전진기지다. 인구 6만5천명의 작은 휴양도시. 한국교민은 유학생 포함 100명선. 내륙에는 열대우림 레인 포리스트(Rain forest), 바다에는 그레이트 배리어 리프(Great barrier reef)가 있어 야생이 그대로 살아 숨쉰다. 두곳 모두 유네스코가 지정한 세계자연보호구역이다.

케언스는 또한 각종 해양레포츠를 모아 놓고 있다. 서머타임제를 실시하지 않는 퀸즈랜드주는 한국과 시차가 불과 1시간. 그러나 새벽 4시면 동이 튼다. 해지는 시각은 오후 8시. 액션과 모험이 있는 레포츠를 즐기기에 제격이다. 마음만 먹으면 하루에 2, 3개씩 즐길 수 있다. 물론 사전예약(부킹)을 반드시 해야 한다. 어떤 종목을 더하고 싶어도 '노우 땡큐(No thank you)!'. 현장에선 아무리 졸라도 절대 통하지 않는다.

케언스 첫날, 열기구를 타러 간다. 새벽 4시 기상. 셔틀버스를 타고 아서턴 고원에 도착하면 대형 열기구가 비행준비를 하고 있다. 이글거리는 가스열기로 얼굴이 후끈거린다. 고도 1천m까지 새처럼 비상한다. 새벽안개를 뚫고 구름위로 솟아 아침 해가 찬란하게 떠오르는 광경을 지켜본다. 여기 저기서 네댓개의 열기구가 한꺼번에 하늘로 솟구쳐 올랐다. 열기구에 반사된 하트형 무지개가 내내 따라다닌다. 상승할 때의 기세와 달리 불안한 착지. 착지에 성공했다고 끝나는 것은 아니다. 열기구에 탔던 모든 사람들이 힘을 모아 대형가방에 열기구를 접어 넣어야 비행종료. 투어직원들은 끊임없는 익살로 웃음을 선사한다.

아침식사후 베른강으로 이동, 래프팅에 도전한다. 베른강은 2시간 짜리 코스. 인근 털리강은 5시간에서 이틀짜리 코스도 있다고 한다. 일본인 코치와 한국인 관광객 사이에 '잡아, 앉아' 등 명령어를 한국어로 통일하자는 즉석 합의도 이뤄졌다. 2시간이 긴장과 이완의 반복이다. 끝내 물에 뛰어들고서야 상황종료.

케언스 외곽 북서쪽으로 50km쯤 떨어진 쿠란다 국립공원으로 달린다. 세계에서 가장 긴 7.5km의 곤돌라식 케이블 '스카이 레일'을 타고 태고의 열대림, 산과 협곡속 '숲의 바다'를 날 듯이 가로 지른다. 쉼호흡이 절로 나온다. 케언스에서 출발하는 쿠란다행 전망열차를 타도 그만이다. 케이블에서 내리면 곧장 정글투어가 시작된다. 4WD 지프가 힘을 뽐낸다. 뿌리가 위에서 뻗어내려 오는 피거트리(나무를 잡아먹는 나무), 각종 양치류, 습지대, 그리고 야생 캥거루. 호주안내원의 목소리가 점점 높아진다. 뒤를 보니 모두가 졸고 있다. 단 한명이라도 눈을 뜨고 있어야 할텐데…. 미안해서 어쩌나…. 감기는 눈꺼풀, 연신 덜컹거리는 차안이라도 대수랴.

둘쨋날, 이날의 예상온도는 33℃. 케언스 투어의 하이라이트 그레이트 배리어 리프로 간다. 지구 밖 인공위성에서도 이 산호초 군락이 보인다 해서 '대보초'라 불리는 곳 아닌가. 파푸아 뉴기니에서 시작, 남회귀선 아래 퀸즈랜드주 해안까지 길이가 무려 2천km에 달한다. 2천500개의 리프(산호암초)와 600여개의 섬으로 구성되어 있다. 자연보호를 위해 20여개의 섬만이 휴양시설을 갖추고 있다.

케언스에서 외국 관광객이 많이 찾는 곳은 피츠로이(Fitzroy)섬. 쾌속선 선러브 크루즈를 타고 40분쯤 달려야 한다. 피츠로이섬 백사장은 모래가 아닌 산호가루다. 사각사각 소리가 난다. 섬속 열대우림에서 하이킹과 등산을 할 수도 있으나 캠핑을 하지 않으면 배 출발 시간을 맞추기 어렵다. 섬 오른편으로 낮은 산을 하나 돌아가면 누드비치가 있다. 선착장에서 1.2km 30분 거리. 몇년전만 하더라도 일본관광객들이 사진을 찍기위해 법석을 부린 곳으로 유명하다.

그레이트 배리어 리프에서의 진수는 스쿠버다이빙, 스노클링과 유리로 된 보트바닥을 통해 산호군의 신비를 감상할 수 있는 글래스 바텀 보트(Glass bottom boat). 운이 좋으면 덩치 큰 고기들도 만날 수 있다. 고기들이 보호받고 있다는 것을 알기라도 하는 것처럼 호기심이 많은 데다 상냥하다. 어떤 놈은 되레 사람에게 관심을 보인다고 하면 황홀경에 빠진 지나친 상상일까. 배가 폰툰(Pontoon.일종의 바지선)에 정박하면 적어도 1만년 이상의 수중 세계로 직접 들어갈 수 있다. 2천여종의 열대어류, 350여종의 산호가 이곳저곳에서 물결따라 춤을 추며 내장을 드러낸다. 바닷속 정글로 끝없이 유혹한다. 글.사진=노진규기자 jgroh@imaei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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