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미 상설협의체 합의 배경

입력 2001-12-13 14:10:00

한·미 양국이 12일 미군의 용산기지 이전을 비롯한 '용산 문제들'을 협의하기 위한 고위급 상설 협의체를 가동키로 전격 합의함에따라 용산기지 이전 문제가 다시 수면위로 떠올랐다.

용산기지는 서울시내의 노른자위 땅에 위치해 도심발전의 걸림돌이 되고 있다는 점에서 교외이전이 필요하다는 인식이 확산됐지만 막대한 이전비용 등으로 이전계획이 실현되지 못했다.

그러나 최근 용산기지내에 미군이 대규모 아파트 단지를 지을 계획이라는 사실이 알려지면서 시민단체를 중심으로 반미감정이 그 어느때보다 고조되는 상황이다.더욱이 국방부는 지난 5월 미측으로부터 올해 개정된 SOFA 규정에 따라 아파트건축에 관한 최초기획서를 받고도 반미감정 등을 고려해 이를 '숨겨온' 사실이 드러나 비판의 도마에 올랐다.

이런 가운데 국방부는 갑자기 93년 6월 북한의 핵 문제로 주한미군 감축계획이 백지화되면서 추진이 중단됐던 용산기지 이전을 비롯한 용산기지 문제를 전반적으로 다루기 위한 고위급 상설협의체를 가동하겠다는 카드를 꺼내들었다.

이 때문에 일각에서는 국방부가 미측의 용산기지 아파트 건설계획으로 야기된 파문을 가라앉히기 위해 이보다 폭발력이 훨씬 큰 기지이전 문제를 들고 나온게 아니냐는 관측이 나오고 있다.

하지만 양국이 논의 자체가 중단됐던 용산기지 이전문제를 8년여만에 공식 협의체를 통해 다시 협의키로 한 것은 이런 추측에도 불구하고 상당한 의미를 갖는다.우리 정부나 미측 모두가 이전시한(96년)이 지나기는 했지만 89년 양국간 국방장관이 합의하고 90년 체결된 이전에 관한 기본합의서가 여전히 유효하다는 입장을 처음으로 공식 확인했다고 볼 수 있기 때문이다.

제임스 솔리건 한미연합사 부참모장(소장)은 12일 한국 기자들과 가진 간담회에서 "용산기지 이전에 관한 양국간 합의는 유효하다"며 "대체부지가 제공되고 이전비용 문제만 해결되면 언제든 이전이 가능하다"고 말했다.

국방부는 용산기지 이전 문제를 구체화시키기 위해 오는 2010년까지 기지 통폐합을 통해 주한미군기지 재배치를 하는 연합토지관리계획(LPP)에 용산기지를 포함시키는 방안을 적극 검토중인 것으로 알려졌다.

이와 관련, 국방부 관계자는 "내년 3월 체결될 예정인 LPP 추진 합의각서에 담길 내용은 고위급 협의체의 논의결과에 따라 변화가 생길 수 있다"고 말해 그간 LPP협상에서 제외됐던 용산기지를 포함시킬 가능성을 시사했다.

하지만 용산기지 이전이 성사되기까지는 양측이 협상을 재개하더라도 미측이 내세우고 있는 대체부지 제공 등 전제조건을 충족시키는 일이 현실적으로 불가능한 것으로 지적돼 이전문제가 가시화되기까지는 넘어야 할 산이 많다.

우선 미측의 추산에 따르면 기지이전에 따른 비용이 93년 44억달러 수준에서 98년에는 62억달러로 불어났고, 현재는 최소한 86억달러 정도가 들 것으로 파악되고있다. 국방부는 최대 100억달러 정도로 추산하고 있다.

이는 우리나라의 1년 국방예산(내년도 16조원)에 육박하는 금액으로, 미군측은 이전비용의 대부분을 우리측이 부담해야 한다는 입장임을 감안할때 이전비용의 적정한 분담은 향후 이전협상에서 핵심요소가 될 전망이다.

이전비용 문제가 해결되더라도 현재 78만여평에 달하는 용산기지를 대체할 부지를 확보하는 것이 이전대상 지역 주민들의 반발 등으로 쉽지 않을 것이기 때문에 용산기지 이전을 낙관하기 힘든 상황이다.

국방부 관계자는 "용산기지 이전문제는 국가안보와 이전여건 등 여러가지 상황을 종합적으로 고려해 신중히 추진해야 할 사안"이라며 "장기과제로 최선의 대안을 찾아낼 수 있도록 하겠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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