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1일 기업은행 대구 성서공단지점에서 발생한 엽총 복면강도사건은 총체적으로 허술한 방범체계때문에 범인에게 당할 수밖에 없었다는 지적이 쏟아지고 있다.
경찰의 연말 방범활동강화속에 총포사에서 도난당한 엽총의 범행 사용, 늑장출동 시비를 비롯한 경찰의 초동수사 미흡, 은행과 경찰의 비상연락망 부재, 구멍뚫린 검문검색망, 은행자체의 경비 소홀 등이 뒤섞여 이번 사건을 부를 수밖에 없었다는 것이다.
□ 초동수사 미흡
이날 범인이 기업은행에 침입한 시간은 오후 3시 14분쯤, 사설경비업체 및 경찰의 출동은 각각 3시 23분 30초, 25분쯤이었다. 사건발생 즉각 출동을 원칙으로 하는 경비업체, '경찰은 3분거리에 있다'는 슬로건이 아무런 소용이 없었다.
당시 긴급 대피한 고객 및 직원들은 즉시 112신고를 했으나 경찰이 10분이 경과한 뒤 출동해 범인을 놓쳤다고 주장하고 있다. 고객 최모(48)씨는 "10여명이 밖으로 나오자 마자 동시에 112에 신고했다"며 "고객들이 늦게 출동한 경찰에게 누굴 믿어야 하느냐며 항의하는 소동이 있었다"고 진술했다.
이에 경찰은 "전산기록에 착오가 발생할 수 있지만 신고 시간이 오후 3시 19분으로 기록돼 있다. 신고 접수 즉시 출동해 불과 5분만에 파출소에서 4km정도 떨어진 현장에 도착했다"고 해명했다.
□ 비상연락망 허술
어이없게도 고액의 현금을 취급하는 은행과 파출소간에 비상연락망이 없었다. 구역 담당인 월성2동파출소는 인근의 다른 3개 은행과는 비상벨 장치가 있었지만 사건이 발생한 기업은행은 파출소와 거리가 멀다는 이유로 비상벨 설치를 원하지 않았다는 것이다.
은행과 계약을 맺고 있는 ㅇ경비업체의 늑장 출동 시비도 따랐다. 은행직원 표모(47)씨는 "강도가 침입한 뒤 10초 정도 뒤에 경비업체와 연결된 비상벨을 눌렸지만 도착은 범인이 도주한 뒤 1분 지나서였다"고 주장했다.
□ 경비 소홀
은행 자체뿐 아니라 경찰의 경비가 허점을 드러냈다. 하루평균 10억원정도가 오가는 금융기관이지만 사설경비원은 사복을 입은 1명뿐이고, 이마저 사건당시 현금지급기 고장 수리때문에 은행안에 없었다.
지난 5일부터 연말 방범활동을 강화한 경찰은 전경 및 경찰관 2,3명을 금융기관에 배치하는 '연말 방범비상령'이 보통 25일 전후 발령된다는 이유로 금융기관에 대한 경비와 순찰에 소홀했다는 지적을 받고 있다.
□ 검문검색 구멍
경찰은 사건발생 즉시 비상령을 발동, 인근 성서공단과 구마.88고속도로 등에서 검문검색을 강화했다고 밝혔지만 목격자 확보도 제대로 하지 못하고 있었다. 범인의 차량도 3시간이 지난 오후 6시 10분쯤 범행 현장에서 불과 차량으로 10분 거리인 달성군 화원면 천내리에서 범인 불태우고 달아난 뒤에야 찾았다.
이호준기자hoper@imaeil.com
지난 8일 대구시 남구 봉덕동 ㄱ 총포사에서 없어진 총기 4정 중 엽총 2정이 사흘뒤 달서구 월암동 기업은행 강도사건에 등장, 도난 총기류에 대한 경찰의 허술한 수사가 도마위에 오르고 있다.
경찰은 당시 총포사에서 사라진 총기가 300만원대 신형이 아니라 성능이 떨어지는 30만원대 구형 총기라는 점에만 집착, 사냥철에 총기를 노린 단순살인이나 채권.채무관계나 원한관계 쪽에 무게를 두고 제2의 범행에 대한 집중력있는 수사를 소홀했다는 비판을 받고 있다.
이번같은 제2의 범행을 예상한 경찰간 공조수사는 제대로 펼치지 않아 다른 경찰서에 방범활동 강화 및 수사협조 요청을 등한시했다는 것이다.
경찰관계자는 "총포사 강도살인사건은 범인을 잡기 위해 주변인물 탐문수사, 통화내역 발신지 추적 등 용의자 찾기에만 초점을 뒀다"고 말했다.
경찰의 총기류 관리가 허술한 것도 문제다. 봉덕동 총포사 살인사건 당시 경찰은 없어진 총기가 범인이 가져간 것인지 숨진 정씨가 경찰에 신고않고 불법대여한 것인지 갈피를 잡지 못해 평소 총기류 관리에 허점을 드러냈다.
경찰은 이와 함께 강력사건발생의 우려가 큰 총포사와 무인보안장치을 연결하지 않고 있는 것도 지적거리다. 봉덕동 총포사 사건 또한 범인이 무인보안장치가 없는 것을 사전에 알았을 가능성이 높다. 한 파출소 관계자는 "무인보안장치 설치는 의무 규정이 아니지만 총기류 판매소는 이를 의무화해야 한다"고 지적했다.
이상준기자 all4you@imaei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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