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파트 분양가 전문가 진단

입력 2001-12-12 00:00:00

IMF(국제통화기금)체제 이전에는 주택업체들이 아파트분양가를 함부로 올렸다가는 언론과 여론의 질타를 받기 일쑤였다. 그러나 요즘은 '분양가 자율화'라는 합법성 때문에 아무리 높은 분양가를 책정해도 나무라는 사람 하나 없다. 아니 입을 떼려고 하면 주택업체들이 "마감자재를 고급화 했기 때문"이라고 선수를 친다.

예나 지금이나 주택업체들은 신규분양 아파트의 공급가격을 책정하기 위해 사전에 주변 땅값과 아파트시세 등을 파악하고, 건축비와 부지매입비 등을 따진다. 하지만 막상 분양가격을 정하는 데 있어서는 이런 잣대는 무시되고, 얼마만큼의 수입을 잡을 수 있느냐를 재게 된다.

이렇다보니 요즘에는 "분양이 잘 될 경우 땅매입비 만큼의 순수익을 올릴 수 있다"는 얘기가 부동산업계에선 정설로 돼 버린 상태다.

기업이 사업을 해 이익을 발생시키는 것은 당연하다. 하지만 요즘 신규아파트의 분양가는 특별한 요인없이 "자고 일어나면 오른다"는 얘기처럼 갈수록 높은 분양가를 경신해가고 있다는 게 문제다. 아파트 분양가는 결국 주변 아파트 등 주택가격을 동반상승시켜 서민들의 내집마련 기회를 앗아가버리게 된다.

실제로 올들어 신규공급 아파트분양가가 높게 책정되자 대구시 수성구 범어동의 33평형(분양가 1억4천만원) 새아파트 가격이 1억7천500만원으로 뛰었고, 주변의 20년된 같은 평형의 호가도 1억4천만원으로 폭등했다. 이렇듯 신규 아파트분양가 상승행진은 너무나 많은 문제를 낳는다. 따라서 이를 제도적으로 컨트롤 할 수 있는 방안이 하루빨리 마련됐으면 하는 바람이다. 부동산 경기부양책의 역기능을 세세히 살펴 보완책을 마련해야 할 때가 온 것 같다. 그렇지 않고서는 서민들의 내집마련 꿈은 영원히 꿈으로 남아버릴 수도 있다.

정용(하우징부동산중개 대표.공인중개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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