올림피아스는 뱃속에서 태동을 시작한 아기의 축복을 기원하기 위해 도도나 신전을 찾았다. 신전을 찾기전 그녀는 남편 필리포스의 정액과 뱀의 정액이 자신의 몸속에서 뒤섞이는 꿈을꾸었기 때문. 올림피아스에게 꿈 이야기를 들은 신관은 신과 인간의 피가 뒤섞여 태어날 아들은 놀라운 힘을 지녔고 장차 눈부시게 빛나는 인물이 되지만 영혼이 강렬해서 순식간에 모든 것을 불태워 버릴 수 있다고 말했다.
발레리오 마시모 만프레디의 장편소설 '알렉산드로스'는 그리스 북쪽 조그마한 변방국가 마케도니아를 이집트와 인도까지 이르는 대제국으로 성장시킨 영웅 알렉산더 대왕 이야기이다.13살 때 아리스토텔레스로부터 역사와 철학을 배운 알렉산드로스는 19세의 나이에 아버지 필리포스를 따라 전장에 나가 공을 세운 것을 시작으로 수많은 정복전쟁을 승리로 이끈 전쟁 영웅이자 헬레니즘 문명을 창시한 문화 창조자였다. 그러나 신관의 예언처럼 그는 불꽃같은 생을 살다 33살에 요절했다.
저자는 '위대한 정복자', '청년 사자왕' 등의 수식어로 포장되어 지나치게 미화되거나 신격화 된 2천300여년전 젊은 영웅이 남긴 삶의 궤적을 전기형식으로 추적하고 있다."역사적 결과들을 기록해 놓은 산물들이 나를 이끄는 나침반이 되었다"는 저자의 말처럼 일부러 꾸며낸 상황이 거의 없을 정도로 엄정한 학술적 연구에 바탕을 두고 소설을 풀어나가고 있다.
고고학자이자 고전문학가인 저자는 역사적 자료에 근거해 당시 사람들이 사용했던 음식, 의복, 노래, 저주와 맹세의 말 등을 상세하게 되살리고 있다. 소설 속 대화도 당대의희극과 비극에서 가는 체로 건져올리듯 섬세하게 끌어온다. 그러면서도 현대적인 언어를 선택, 독자들에게 생동감 있고 맛깔스러운 장면을 전달하고 있다.
98년 이탈리아에서 발표된 이후 역사의 흐름을 충실히 견지하면서 알렉산드로스라는 인물의 매력을 최대한 살려냈다는 평가를 받으며 영국, 프랑스, 일본 등 42개국에서 출간, 큰 인기를 모은 이유를 짐작할 수 있다. 또 '글레디에이터'를 만든 헐리우드의 거물 제작진들이 9천만 달러의 블록버스터 영화로 만들 예정이어서 소설의 인기를 반영하고 있다.
제1권 '사람의 아들'에서는 알렉산드로스의 탄생과 전설, 역사적 사실들이 개연성 있게 소개되고 의문의 암살을 당한 아버지의 뒤를 이어 마케도니아 왕위를 계승할 때까지를묘사하고 있다. 제2권 '아몬의 해변'에서는 페르시와의 한판 승부가 시작된 소아시아 상륙부터 이수스전투까지를 그리고 있다. 제3권 '세상의 끝'에서는 대제국을 건설한 위대한 정복자와 페르세폴리스 왕궁을 불지른 방화자의 모습 등이 교차하면서 알렉산드로스가 겪는 내면의 갈등과 그리움, 애환이 잘 묘사되어 있다. 이현경 옮김, 들녘 펴냄, 1권 450쪽.9천원,2권 519쪽.1만원, 3권 592쪽.1만1천원.
이경달기자 sarang@imaei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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