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국적인 책 유통사, 지역출판가, 저자가 직접 들고온 책 등을 합쳐서 60여권이 이번주에도 문화부로 쏟아졌습니다. 그러나 책을 소개할 수 있는 지면이 한정돼 늘 아쉽기만하여서 이번주부터 제작방침을 조금 바뀌보기로 했습니다. 옛적부터 부존자원이 부족한 우리나라였지만 책을 가까이하는 문향으로 역사적 어려움을 극복해가는 힘과 지혜를 얻었던점에 비추어 꼭 읽을만한 책 두어권을 집중적으로 소개하고, 나머지는 새책으로 간략한 출판 정보만 전하는 차별화로 독자들의 직접 책을 고르는데 도움을 줄 예정입니다. 그러나'새책' 코너에 숨어있는 보석같은 신간은 '책을 고르고 나서…'코너에서 거명하여 이해를 돕도록 하겠습니다.
편집자 주
이번주에 톱으로 다룬 책은 '알렉산드로스'(들녘, 전3권)과 노벨문학상 수상작가 토마스만의 '요셉과 그 형제들'(살림, 전6권)입니다. '요셉과...'는 신화의 재해석을통해 인간본질에 대한 답을 구하려 한 작품이고, '알렉산드로스'는 이집트에서 인도에 이르는 대제국을 건설한 알렉산더 대왕의 일대기가 치밀한 고증에 기초하여 새롭게 탄생한역사소설입니다.
다소 정도의 차이는 있지만 앞만 보고 정신없이 달려가는 현대인들에게 어디를 향해 그렇게 서둘러 가는지, 달려가는 지금 이순간 행복한지를 점검해보기를 바라면서 권하고 싶은 책들이 이번주에는 눈에 띄었습니다. '조금은 가난해도 좋다면'(최용건 지음, 푸른숲 펴냄)은 브레이크없이 내닫는 물량, 속도, 경쟁, 도시화의 급물살에서 뛰쳐나와 검박한 삶을 지향하는 사람들에게 꼭 권하고싶은 책입니다. 서울대 회화과를 졸업하고 강단에 서던 수묵화가 최씨가 도회생활을 청산하고 강원도 진동리 계곡에 지붕낮은 거처를 마련하고 자연과 교감하며 예술혼을 벼리는예인의 길을 가는 삶이 보석처럼 반짝입니다.
성철스님을 20년간 모신 해인사 원택스님의 눈으로 다시만나는 '성철스님 시봉이야기'(김영사 펴냄)는 바닷가의 모래알처럼 수많은 종교적 지도자들이 있지만 왜 성철스님을 진정한 깨달음에 이른 큰스승으로 부르는지, 어떤 믿음을 갖든지 정말 인생에서 소중한 것은 무엇인지를 예화 중심으로 안내해줍니다. 베트남전쟁때 불교평화대표단 의장으로 파리 평화회의를 이끌고, 노벨평화상 후보에 올랐던 평화운동가이자 시인인 베트남 승려 틱낫한의 첫사랑과 대승경전 이야기를 쉽게 엮은 '첫사랑은 맨 처음 사랑이 아니다'(나무심는사람 펴냄)도 볼만합니다. 종파를 뛰어넘어 좋은 글을 나누는데 힘쓰는 이현주 목사가 번역했습니다.
동남아시아에서 비롯되어 지금은 미국.일본으로까지 확산되고 있는 해외 한류열풍과 다른 문명에 대해서 알 수 있는 책들도 눈길을 끌었습니다. 특히 한일 문화를 극명하게 대조시킬 월드컵을 앞두고 우리문화에 대한 재인식과 상품으로 재가공이 무엇보다 시급하다는 공감대가 형성되고 있는 가운데 나온 '이화중선'(최정주 지음, 신풍펴냄)은 일제침략기에 소리로 민중의 한과 넋을 풀어주고 미스테리와 함께 역사속으로 사라진 여자 소리꾼 이화중선을 부활시킨 소설입니다. '나를 사로잡은 이슬람'(김영사 펴냄)은 일년여의 준비와 47일간의 현장답사로 완성한 MBC 윤영관 PD의 이슬람 취재기록입니다. 이슬람 현지의 다양한 인물과 문정희, 정수일, 임기중, 이희수씨와 같은 국내 이슬람전문가들의 인터뷰가 담겨져 있습니다. 이밖에 전쟁과 테러 뒤에 숨은 미국외교의 본질을 까발린 영국출신 저널리스트이자 미국대학 교수인 크리스토퍼 히친스의 '키신저 재판'(아침이슬 펴냄)도 지나치게 미국적 시각에서 전달되는 정보와 가치관의 균형감각을 일깨워줄 수작입니다. 같은 맥락에서 허버트 실러의 '정보 불평등'(민음사 펴냄)도 미디어를 장악한 미국의 거대기업들이 세계화의 바람을 타고 전세계에 영향력을 미치는 상황을 비판하고 있습니다.
최미화 기자 magohalmi@imaei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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