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나라 중년 남성이 가장 좋아하는 낱말 가운데 하나는 '정력'일 것이다. '정력'이란 매사에 적극적으로 임한다는 의미와 함께 '지칠줄 모르는 왕성한 성생활을 할 수 있는 능력'이라는 뜻도 있다.
의학적으로도 성기능은 남성의 신체적 정신적 건강의 척도라고 할 수 있다. 정상적인 성기능은 발기를 담당하는 음경 해면체가 정상이어야 할 뿐 아니라 신경계통, 동맥과 정맥, 남성호르몬 분비, 정서적 안정 등 모든 조건이 충족되어야 하기 때문이다.
◇왜 정력제를 찾을까=남성이 중년이 되면 여러가지 노화증상이 나타나는데 그 중에서 빼놓을 수 없는 것이 발기력의 약화이다. 나이가 들면서 체력과 시력에 노화가 오듯 발기력도 약해진다. 청년기에는 발기를 일으키는데 5~10초밖에 걸리지 않던 것이 60, 70대에는 20분이상 걸릴 수 있으며 강직도도 떨어진다. 발기지속시간도 짧아지며 자극을 중단하여 이완되었을 때 다시 발기시키기가 어려워진다. 사정후 다시 발기하려면 청장년기에는 수분~수시간 걸리던 것이 50대 후반이 되면 12~24시간이 걸릴 수도 있다. 성관계 횟수도 30대 중반부터 체력이 떨어짐에 따라 서서히 감소하여, 70대가 되면 절정기의 20% 수준으로 까지 떨어진다.
남성호르몬은 성욕이 생기게 하는 근원인데 30세 이후부터 해마다 생산이 약 1%씩 감소하지만 70세가 되기까지 정상적인 남성호르몬을 유지, 성욕이 발동한다. 중년의 남성들이 정력에 좋다는 것을 찾아나서는 것도 욕심은 가득한데 몸이 말을 듣지 않기 때문이다.
◇정력식품 위약효과일 뿐=많은 중년 남성들은 사자의 음경분말, 개의 음경, 곰발바닥, 물개, 독사 등의 정력제를 찾는다. 그러나 정력제에는 약리적 효과는 없다. 흔히 '무엇 무엇을 먹고 나니 힘이 훨씬 좋아졌더라'는 것은 정력제를 먹었다는 자신감이 생기면서 심리적 장애가 없어져 그런 것이다. 이것을 위약효과, 또는 심리적 효과라고 한다.
국내의 한 병원에서 비아그라의 위약효과를 확인하기 위한 임상시험을 했다. 진짜 비아그라를 복용한 남성 10명 가운데 9명이 발기력 향상을 보였다. 가짜 비아그라를 복용한 사람도 11명 가운에 7명에게도 발기력 향상이 나타났다. 우리나라 사람들은 약에 대한 심리적 기대감이 유달리 크다는 것을 잘 보여주는 사례다.
◇과음 정력 떨으뜨려=한두잔의 술은 성욕과 성행위 능력을 높인다. 혈액순환을 촉진하고 신체적 긴장과 피로를 풀어주며, 마음을 편안하게 해준다.
그러나 술을 많이 마시거나 만성적으로 마시면 성생활에 나쁜 영향을 준다. 많은 양의 알코올은 중추신경을 억제시키고 성욕을 떨어뜨린다. 알코올 중독자의 거의 절반에서 발기부전이 나타난다는 보고도 있다.
알코올 성분을 분해하는 과정과 남성호르몬을 만드는 과정에는 유사한 점이 있다. 그래서 과음을 하게 되면 알코올 분해작용만 주로 일어나고 상대적으로 남성호르몬을 만들기가 힘들어지게 된다. 알코올 중독이 되면 혈중 여성호르몬이 많아지고 남성호르몬은 감소돼 성욕이 없어지고 발기부전이 오게된다.
◇'남성도 갱년기 있다'=성력 감퇴와 관련, 남성에게도 여성과 같이 갱년기가 있다는 의학적인 연구가 잇따라 나오고 있다. 여성이 폐경기에 여성 호르몬이 급격히 감소하면서 여러가지 갱년기 증상을 경험하듯, 이 나이가 되면 남성도 남성호르몬이 줄면서 서서히 여러가지 증상이 나타난다.
남성호르몬은 사춘기가 되면서 분비가 증가하기 시작하고 30대를 정점으로 서서히 감소한다. 성적인 흥미가 감소하고 발기의 강도가 떨어지고 근력이나 지구력이 떨어지고, 운동할 때 민첩성이 떨어지는 증상이 나타나는 것이다. 남성 호르몬 부족으로 성욕이 없는 남성 갱년기 환자들은 경구용 남성호르몬제를 사용하면 좋은 효과를 볼 수 있다.
심혈관계에 영향을 미치는 당뇨, 고혈압, 신경계통에 이상을 일으키는 척수손상, 남성호르몬의 분비에 영향을 미치는 갑상선 질환 등 정상적인 성생활을 방해하는 요소는 많다. 이런 환자들도 실망할 필요는 없다. 여러 종류의 발기 불능 치료제가 속속 등장하고 있기 때문이다.
글:이종균기자 healthcare@imaeil.com
도움말:박재신교수(대구가톨릭대병원 비뇨기과.사진)
댓글 많은 뉴스
[단독] "김정숙 소환 왜 안 했나" 묻자... 경찰의 답은
"악수도 안 하겠다"던 정청래, 국힘 전대에 '축하난' 눈길
李대통령 지지율 2주 만에 8%p 하락…'특별사면' 부정평가 54%
국회 법사위원장 6선 추미애 선출…"사법개혁 완수"
한문희 코레일 사장, 청도 열차사고 책임지고 사의 표명