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프간 탈레반정부를 몰아내고 9·11 미테러 주범혐의를 받고 있는 빈 라덴과 오마르의 포위망 압축에 나선 미국이 제2의 전선을 이라크로 확대할 계획을 세우고 전략짜기에 나섰다는 소식이다.
국방성, 국무부, 외교관, 정치인 등 사이에 개입범위와 시기를 놓고 이견이 있지만 아프간에서 예상 외로 쉽게 이뤄낸 승리감이 도취해서인지 이라크 침공이 지배적인 흐름이라고 외신은 전한다.
럼즈펠드 장관을 비롯한 강경파 국방성 관리들은 힘들여 걸프만에 대규모 연합 전력을 배치시킨 만큼 이참에 눈엣가시인 사담 후세인을 제거, 중동을 안정시키고 미국의 안보를 확고히 해야한다고 주장한다. 이들은 미국이 폭격만 하면 압제에 시달린 민중들의 봉기가 일어나 독재자 후세인을 갈아치울 수 있다고 장담한다.리처드 펄 펜타곤 방위정책위원장은 "9·11테러의 교훈은 적들이 우리를 공격하기 전 박살내는 것"이라며 "나는 우리가 또 다른 공격을 받고 나서야 후회하는 꼴은 못본다"고 말했다.
그러나 일부 외교관과 전략가들은 펜타곤이 사태를 너무 안이하게 판단한다고 우려를 나타냈다.
◈벼룩잡자고 초가산간 태우기
전략가들은 아프간이 쉽게 붕괴된 것은 북부동맹 같은 반정부 군사조직이 있었기 때문이라며 이라크엔 반대파인 민족회의 정치조직이 있지만 약체여서 기대한 만큼의 효과가 없을 것이라고 점친다. 일부 외교관들은 빈 라덴과 달리 후세인과는 협상의 여지가 있기 때문에 외교적 수단으로 대량살상무기 사용을 막을 수 있을 것이라며, 미국의 선제폭격이 오히려 이들을 막다른 골목으로 몰아 대량살상무기를 사용토록 하게 하는 결과를 가져오지 않을까 걱정한다.
미국이 이라크를 침공할지 않을 지 최종결정권은 부시 대통령에 있지만 전문분석가들은 부시가 후세인을 제거하는 쪽을 선택할 것으로 전망한다.
분석가들은 부시의 호전적인 텍사스기질로 보아 먼저 이라크에 금수해제를 조건으로 강도높은 UN의 무기사찰을 요구한 후, 이라크가 거부하거나 눈가림식 사찰을 받을 경우 침공결정을 내릴 것이라고 했다. 이는 이라크 침공을 반대하는 테러응징 동맹국 영국이나 러시아의 감정을 상하지 않으면서 이라크를 박살내는 전략이기 때문이라는 것이다.
이와 관련 워싱턴의 싱크탱크 톰 도넬리는 "미국내에서의 이라크 침공 찬반논의는 외교적 완곡어법(euphemism)일 뿐"이며, "아프간에서 승리함에 따라 이제 후세인을 제거할 시간이 됐다는 점에서는 합의(consensus)가 도출됐다"고 분석했다.
우리가 가장 우려하는 것은 미국이 이라크를 침공할 경우 그 불똥이 한반도에도 튈 것이란 사실이다.
이라크와 함께 테러지원국으로 지목받고 있는 북한이 이에 자극받아 예상치 못한 돌발사태를 일으킬 수도 있기 때문이다. 그렇게 될 경우 남북한 관계는 물론 북한과 국제사회 사이에도 팽팽한 긴장관계가 조성되면서 외국자본과 외화가 줄줄이 빠져나가 내년 하반기 경제성장 전망도 물거품이 될 것이다.
◈민주국가로서의 이성 되찾아야
미국은 한반도를 위해서만이 아니라 죄없는 테러위험국의 헐벗고 굶주린 백성들을 위해서라도 2단계 확전은 하지 말아야 한다.
아프간 개전 9주만에 벌써 수만명이 숨지고 10여만명의 어린이가 혹한추위에 아사직전에 있다. 확전을 해 이라크를 폭격하고 소말리아 수단 예멘…을 잇따라 친다면 수백만이 더 죽고 삶의 터전을 잃게 될 것이다.
9·11사태로 손상된 패권국의 자존심과 6천명 희생자의 영혼을 위로하기 위해 그렇게 해야 한다는 것은 하나님이 용서않을 죄악이 아닌가. 미국은 9·11사태의 충격에만 매달리지 말고 국제질서 선도국으로서의 이성을 되찾아야 한다.
그래서 당신들이 금과옥조로 강조해 왔던 민주와 인권이 테러전쟁에서도 무용지물이 되지 않게 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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