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01지역문화 결산-문학1 베스트5

입력 2001-12-10 14:19:00

뜨거운 열정…진솔한 삶의 편린 추구또 한해가 저문다.

뉴밀레니엄의 장밋빛 청사진과 함께 시작된 올 한해는 그 어느때도 찾아보기 힘든 테러 공포로 얼룩졌고, 지방분권의 가속화와 정보화의 시대가 도래했음에도 불구하고 지역문화 기반은 더 열악해지고 있다. 힘든 가운데 지난 일년동안 열정을 다했던 지역문화의 현장에서 돋보였던 이들을 재조명해보는 연말 결산시리즈 '지역문화 베스트 5'를 싣는다. 분야별 전문가들이 베스트 5 선정에 수고를 아끼지 않았다.

편집자주

사회 전반의 혼돈과 가치의 중앙편중이란 열악한 환경 속에서도 지역 문인들의 문학적인 열정만은 뜨거운 한해였다. 지역문화의 해이기도 했던 올 한해동안 문단과 독자들의 주목을 끌었던 문인들의 면면은 어떠할까. 지난 1년간 좋은 작품을 내놓았던 대구, 경북 지역 문인 가운데 시조·수필·소설 분야 문인들의 문학적 사유의 흔적과 울림들을 되짚어 본다.

▨시 조

민병도(대구미협 회장) 시인은 시조집 '청동의 배를 타고'에서 전반적으로 단아하게 정제된 고전적인 미의식과 본원적인 삶의 의미를 지속적으로 추구했다. 시조의 양식을 견지하면서도 열린 의식을 지향한 시인은 이호우 기념문학회의 '개화'발간에도 기여를 해왔다.

제2회 이호우 시조문학상 수상자인 조영일 시인은 올들어 사람의 문학과 열린시조·시조문학 등의 문예지에 15편 가량의 시조를 발표했다. 특히 안동 봉정사를 테마로 한 14편의 연작시조 '화두'는 불교의 선(禪)을 시적으로 승화시키면서 정신적인 삶의 안정을 추구했으며, '겨울산을 오르며'로 올 경북문화상을 수상한다.대구와 중앙의 각종 시조문학상을 두루 수상한 박기섭 시인의 시조세계는 한마디로 '견고한 지조의 미학'이었다. 시조집 '비단헝겊' 속에 흐르는 강인한 남성적 사유와 정서는 이육사의 '광야'나 조정권의 '산정묘지'를 떠올리는 시적 개성을 보여줬다.

조동화 시인은 월간문학·현대시조 등 시조전문 문예지와 경주문학등 향토 문예지 등에 15편 가량의 작품을 발표했다. 특히 우리 시대의 조급증을 질타하면서 대기만성형의 성숙된 삶을 추구한 '풋감에게'와 경주 남산 석불을 보고 창작한 설화내용을 변용시킨 연시조 '감실부처' 등이 눈길을 끌었다.

문무학 시인의 시조집 '벙어리 뻐꾸기'의 시세계는 형식에 대한 실험정신·시대정신의 구현·일상적 삶의 시적구현으로 대변된다. 시조의 현대화와 시대의식 구현 기능에 앞장서면서도 일상적 삶의 체취가 물씬 풍기는 시적 본령을 견지했다. 이외에도 '꽃·불·소리의 변주곡'으로 평가된 시조집 '금빛잉어'를 낸 이정환 시인과 서사시조 '석굴암'을 펴낸 이희춘 시인 등도 주목을 받았다.

▨수 필

곽흥렬의 '사모(思母)의 노래' 외 41편이 담긴 수필집은 진지함 위에 겸손과 냉철함이 더 보태졌다. 불혹의 세월을 살아온 건실한 한 인간의 진솔하고 사색적인 삶의 편린들이 읽는 이들의 가슴을 잔잔하게 적셨다.

구활의 수필집 '시간이 머문 풍경'은 역사기행을 하면서 얻은 사유의 흔적들을 모은 문화유산답사 에세이다. 역사적인 교훈을 인간애라는 유리를 통해 관조하고 있는 수작이었다.

서순원은 수필집 '잠 못 이루는 그대에게'에서 삶을 꾸밈없이 관조하고 가식없이 탐구하는 노력을 담았다. 특히 '선산의 장날'에서 서민들의 순수한 생활상과 소박한 시골풍경 등을 소상하게 그린 것이 돋보였다.

김종환이 5년만에 낸 두번째 산문집 '참 소주를 좋아하는 이유'는 전형적인 수필의 관념 속에서 완전히 벗어나려는 시도가 눈에 띄었다. 호탕하고 명랑한 분위기로 일관하며 필체가 거침없었다.

배화열은 수필집 '청담예찬'·'청담일기'와 문학이론서 '효용미학' 등을 저술한 공로를 평가하지 않을 수 없었다. 왕성한 창작활동과 탐구적인 문학의 내면세계 규명으로 올해 대구수필문학상을 받았다. 영남수필문학회원인 허창옥씨와 경산에 거주하고 있는 이원성씨도 좋은 글을 내놓은 수필가로 꼽혔다.

▨소 설

소설가 강석경은 단편 '나는 너무 멀리 왔을까'로 지난 9월 계간 21세기문학이 주는 제8회 '21세기문학상'을 수상했다. 삶의 어둠과 그곳에서 벗어나려는 현대인의 몸부림을 드러낸 것으로 소설을 관통하고 있는 동성애·사랑·결혼·죽음 등의 화두를 문학적으로 잘 형상화했다.

작가 이대환은 포항의 한 고엽제 후유증 가족의 쓰라린 삶을 재현한 장편 '슬로우 불릿'으로 올해 중앙문학상을 수상했다. 특히 이 작품은 영화 '공동경비구역 JSA'의 박찬욱 감독이 메가폰을 잡아 영화로 제작할 예정이어서 세간의 화제를 모으기도 했다.

지난 10월 중편 '돌비녀'로 제5회 심훈문학상을 수상하며 등단한 이룸(본명 이규성)은 우리 현대사의 비극과 노숙자들의 생활담, 가진자들의 횡포, 옛 추억과 아름다운 인간관계를 감동적으로 형상화했다. 등단을 거치지 않은 소설집 '핑크하우스' 출간으로 화제를 모으기도 했다.

문학에서 특히 소설 분야는 지역에 거주하는 작가층도 엷고 작품집 또한 많지 않은 편이었다. '혼돈의 세월'과 '어글리아메리칸'을 펴낸 전직 언론인 이용우씨,'번호붙은 타인'을 낸 엘리사벳 최, '바보같은 이야기'의 박만수, 교육소설 '따뜻한 학교'의 김옥주 등이 기억에 남는다.

조향래기자 swordjo@imaeil.com

▨2001 문학Ⅰ 베스트 5

부 문선 정 자작가(베스트 5)

시조심재완(영남대 명예교수)(1)민병도〈대구〉 (2)조영일〈안동〉 (3)박기섭〈군위〉 (4)조동화〈경주〉 (5)문무학〈대구〉

수필견일영(수필가)(1)곽흥렬〈대구〉 (2)구활〈대구〉 (3)서순원〈구미〉 (4)김종환〈대구〉 (5)배화열〈대구〉

소설엄창석(소설가)(1)강석경〈경주〉 (2)이대환〈포항〉 (3)이룸〈대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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