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 16강 파란불, 허리 장악 관건

입력 2001-12-10 12:26:00

한국이 2002 월드컵축구대회 본선 D조에서 맞붙는 미국과의 전초전에서 기선을 제압했다.

한국은 9일 제주 서귀포시 제주월드컵경기장 개장기념 행사로 치러진 국제축구연맹(FIFA)랭킹 20위 미국과의 평가전에서 전반 20분 유상철이 헤딩골을 터뜨린데 힘입어 1대0으로 승리했다.

한국은 이날 승리로 「내년에도 자신 있다」는 심리적 우위를 확보하는 성과를 올렸지만 매끄럽지 못한 마무리와 순간적인 수비 집중력 저하 등 16강을 위한 숙제도 함께 안았다.

또 미국과의 역대 전적에서 5승2무1패로 절대 우위를 지키며 올해 거스 히딩크 감독 취임 후 가진 국가대표간 경기(A매치)에서 9승4무5패를 기록했다.

한국은 공격에서 황선홍의 좌우에 '젊은피' 이천수와 최태욱을 세우고 유상철을 스리백의 중심에 넣는 3-4-3의 공격성 대형을 앞세워 전통적인 4-4-2 시스템으로 맞선 미국을 시작부터 압도했다.

전반 시작부터 수비라인에서 전방으로 이어지는 직선패스와 과감한 측면돌파로 주도권을 쥔 한국은 20분 유상철이 이천수의 오른쪽 코너킥을 헤딩골로 연결, 4만2천 관중을 열광시켰다.

유상철은 이천수가 강하게 올린 볼을 수비를 제치며 앞으로 달려나와 방향을 바꾸는 헤딩슛으로 연결, 크로스바를 맞고 왼쪽 골망에 떨어지는 선취골을 낚았다.

기선을 잡은 한국은 이후 박지성의 중앙돌파와 이천수의 중거리슛으로 공격의 고삐를 더욱 당겨 미국의 간담을 서늘케했고 유상철이 버틴 스리백 또한 상대에 좀처럼 슈팅 기회조차 주지 않을 만큼 꽉 짜여진 듯한 조직력을 과시했다.

그러나 한국은 후반 중반들어 체력과 함께 집중력이 급격히 떨어지면서 몇차례 실점 위기를 맞는 등 지지부진한 모습을 보였다.

후반 34분 문전 혼전 중 우물쭈물하다 제프 애구스에게 골대 맞고 퉁기는 중거리슛을 허용했고 1분 뒤에는 수비수가 1대1 싸움에서 뚫린 뒤 곧바로 커닝햄에게 결정적인 헤딩골 기회를 내주는 등 개인기를 앞세운 미국의 거센 공세에 중심을 잡지 못한 채 끌려다녔다.

「미국전의 필승카드는 미드필드 장악」

한국이 내년 6월10일 대구월드컵경기장에서 열리는 2002 월드컵축구대회 D조 예선 2차전에서 맞붙는 미국을 이기기 위해서는 미드필드를 장악해야 한다는 진단이다.

9일 미국과의 평가전을 지켜본 축구 전문가들은 미국이 힘을 앞세운 유럽식 축구를 구사하지만 4-4-2 시스템의 조직력이 가다듬어지지 않았고 코비 존스(31)와 매니 라고스(30), 크리스 아마스(29) 등 주전 미드필더들의 나이가 많은 점을 지적하며 한국이 미드필드에서의 강력한 압박으로 상대 공격을 사전 차단할 것을 주문하고 있다.

이날 한국은 후반 중반까지 미드필드를 장악하면서 우세한 경기를 펼쳤다.

전반 이을용-김남일-박지성-송종국(왼쪽부터)으로 짜여진 미드필더들의 움직임은 완벽할 정도였다. 중앙의 박지성과 김남일은 악착같은 수비로 상대의 공격을 일선에서 저지하고 좌, 우의 이을용과 송종국도 재빨리 수비에 가담하는 적극적인 몸놀림을 보였다.

수비형 미드필더로 줄곧 기용됐던 박지성은 공격형 미드필더로 나서는 변화가 있었지만 날카로운 스루패스를 선보이는 등 무난하게 제 역할을 해내 평소 다양한 포지션 소화를 강조하던 히딩크 감독을 흐뭇하게 했다.

이에 따라 한국은 공격진과 미드필더간의 간격이 좁아지게 됐고 인터셉트 후 위협적인 역습을 펼칠 수 있었다.

미국은 공격형 미드필더로 기용된 신예 랜던 도노반(19)과 코비 존스 등이 한국의 적극적인 압박수비에 발이 묶이면서 세밀한 패스를 이어가지 못하고 수비라인에서 최전방으로 볼을 투입하는 단조로운 공격을 펼쳤다.

미드필드 장악의 열쇠는 체력과 집중력이었다.

한국은 전반 유상철의 득점으로 앞서나갔지만 후반 30분대부터 인저리타임 포함 20여분간 수비가 무너지면서 여러 차례 실점 위기를 맞았다. 김남일과 박지성이 체력 저하로 교체되고 포지션이 바뀌면서 선수들의 집중력이 크게 떨어지는 문제점을 드러냈다.

김교성기자 kgs@imaei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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