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재섭이, 재현이, 혜영이, 수경이…. 이 놈들을 찾을 수 있어야 말이지".
포항 효자초등학교 김흥섭(60·사진) 교장은 7일 10만6천800원권 소액환을 매일신문사에 보내왔다. 허드렛일 하면서도 죽은 남편이 내야 할 산불벌금 130만원을 20년 동안 갚았던 강원도 홍천군 용간난(65) 할머니에게 전해 달라는 부탁도 동봉했다.
10만6천800원은 사연이 있는 돈이다. 김 교장이 1981년 2월 대구 삼덕초교 6학년8반 담임을 맡았을 때 아동들의 졸업 문집을 발간하고 남은 6천872원이 20년 동안 새끼 친 것. 당시 김 교사는 남은 돈을 징표삼아 7년 뒤 바로 그 교실에서 만나자고 제자들과 약속했으나, 1988년 1월2일 그 교실은텅 비어 있었다. "몇 시간 혼자서 기다리다 발길을 돌리니 마음은 허전하기 그지없었다"고 김 교장은 말했다.
"내 자신을 탓했지. 내가 기억되고 존경받을 스승이 못됐기 때문이거든. 제자들에겐 잘못이 없어". 그는 또다시 만날 날이 있으리라 믿으면서6천872원을 거듭거듭 정기예금으로 바꿔 넣어 10만6천800원으로 키웠다.김 교장은 "이제 제자들의 돈을 어떻든 좋은 일에 써야 할 때가 된 것 같다"고 생각 했다. 정년이 불과 2년 앞으로 다가 와 제자들을 기다릴 수 있는 시간이 얼마 남지 않았기 때문. "죽은 남편과의 약속을 지키기 위해 20년간 고생한 할머니에게 드렸다면 제자들도 원망은 안할 것 같았어. 약속은 반드시지켜야 한다는 사실을 실천한 할머니를 제자들이 본받았으면 싶기도 하고".
한 시간여 동안 김 교장은 '대구 삼덕초교 81년 졸업생'이라는 말을 되풀이 했다. "6학년생들을 졸업시킬 준비에 들어가는 매년 이맘 때쯤이면그 놈들 생각이 나요. 지금은 다들 가정을 꾸렸겠지?"
포항·박정출기자 jcpark@imaei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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