첫 눈이 하얗게 내리던 날 경산 남천면에 위치한 경북외국어테크노대학을 찾아 불어통번역과 1학년 김대남군의 학교 생활 이야기를 들었다.인천에서 초등학교를 졸업한 김군은 아버지의 해외 근무 때문에 중학교 2학년때 에티오피아로 이민을 갔다고 했다. 거기서 중학교를 졸업한 뒤 가족들은 귀국했지만 김군은 영국으로 건너가 공부를 계속했다. 브리스톨 근교의 바스고등학교를 졸업한 뒤 귀국해 군복무를 마치고 올해입학했다는 것. 외국에서 고교를 마쳤기 때문에 특별전형을 통해 다른 대학에도 충분히 갈 수 있었을텐데 굳이 이 대학에 입학하게 된 이유는 뭘까?
"솔직히 고려대에 입학하려고 했는데 시기가 맞지 않았어요. 수도권에 다른 대학들도 있었지만 이곳이 외국어 특성화대학이란 점이마음에 들었습니다. 집이 인천에 있지만 따로 떨어져 생활하는데 익숙해져서 별로 어려움도 없죠. 경상도 사투리를 알아듣지 못해 처음엔 애를먹었지만 지금은 뜻 맞는 친구들과 함께 공부하는게 즐겁습니다".
외국에서 공부한 김군조차 이 대학의 외국어 특성화 프로그램을 매우 뛰어나다고 했다. 첫번째 손꼽힌 예가 여름·겨울 방학 동안 외국인과 함께 기숙사에 머물며 생활 속에서 부딪혀 보는 '에듀파크' 프로그램이었다. 외국어계열 학생들이 외국에 나가는 대신 원어민 교수와 합숙하며 국내에서 외국생활 체험을 하는 것.
"대학의 수업방식이 외국과 많이 비슷해요. 정규수업 시간도 주로 실용회화 중심입니다. 곧바로 원어민 교수의 회화 수업으로 들어가는데, 처음엔 입을 다물고 있던 학생들도한두달이 지나면 기본적인 의사소통부터 말문을 틉니다. 한국 교수님들로부터 배운 문법이나 통번역법을 회화시간에 실습하는 방식으로 교육이 이뤄집니다. 한 학년을 마치고 나면 웬만큼 의사전달을 할 수 있을 정도가 됩디다".김군은 지난달 대전 우송대에서 열린 전국 전문대학생 영어경시대회에서 1등을 했다. 참가자 대부분이 외국생활 경험이 있는 학생들. 틈만나면 인터넷이나 위성방송을 통해 영어 감각을놓치지 않은 덕분에 좋은 성적을 거둘 수 있었다고 했다. 혼자서 공부할 수 있는 기자재가 완벽히 갖춰져 있는 학교 시설 덕분이라는 것. 김군은 특히 사이버 강좌에 대해 상당히 만족스러워했다. 이 대학은 주중 4일만 강의실에서 수업하고, 하루는 인터넷을 통해 강의를 진행하는 사이버 강좌를 개설하고 있다.
"매주 금요일마다 대학영어와 프랑스 영상예술과목을 인터넷으로 듣고 있습니다. 인터넷이 연결되는 곳이면 학교나 집 어디서나 공부할 수 있죠. PC방에서 게임을 즐기다가도수업을 듣곤 합니다. 시간을 나름대로 조절할 수 있다는 점이 가장 좋아요. 주 4일만 수업하고 나머지 3일은 아르바이트를 해도 관계없습니다".
김군은 이번 학기에 등록금의 70%를 장학금으로 받았다. 나머지 등록금 50만원은 집에서 받았느냐고 물었지만 아니라고 했다. 군대 제대한 뒤에는 혼자서 해결하기로 부모님과약속하고 학비와 생활비 마련을 위해 번역작업도 하고 있다는 얘기였다."얼마 전 열렸던 JCI 국제회의에서 통역서비스를 하기도 했어요. 또 학교와 중소기업청이 관학협력 협정을 맺어 실비로 지역 중소업체의 통번역 아르바이트를 하기도 합니다. 아무튼외국어를 공부하고 싶다면 우리 대학으로 오는 게 좋을 겁니다. 4년제 대학에 억지로 들어가서 용꼬리가 되기보다는 뱀머리가 될 것을 권하고 싶습니다. 한 학기만 공부해보면 제 말 뜻을 알게 될 겁니다. 저도 제 선택을 후회하지 않습니다".
김수용기자
댓글 많은 뉴스
권영세 "이재명 압도적 득표율, 독재국가 선거 떠올라"
이재명 90% 득표율에 "완전히 이재명당 전락" 국힘 맹비난
이재명 "TK 2차전지·바이오 육성…신공항·울릉공항 조속 추진"
전광훈 "대선 출마하겠다"…서울 도심 곳곳은 '윤 어게인'
이재명, 민주당 충청 경선서 88.15%로 압승…김동연 2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