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아직도 대입생은 '모르모트'인가

입력 2001-12-07 14:07:00

2002학년도 대입 수능은 큰 혼란을 가져 왔을 뿐 아니라 모순 투성이라는 인상을 씻을 수 없다. 학부모와 사회단체가 정보 공개 청구를 하고 나섰으며, 받아들여지지 않을 경우 행정소송을 제기하려는 태세인데도 교육부가 총점 기준 전국 석차를 끝까지 공개하지 않는 까닭을 이해할 수 없으며, 교차지원에 따른 자연계 수험생들의 불이익과 탈락 공포도 큰 문제가 아닐 수 없다.

자연계의 응시자가 지난해보다 6만명 이상 줄면서 인문계 응시자의 절반 이하가 된 것은 인문계에 응시하고 대학은 자연계에 지원하는 경향 때문이다. 같은 원점수를 받았더라도 변환표준점수로 환산하면 수리영역의 경우 7점 정도나 차이가 나므로 자연계 학생들이 점수는 인문계에 비해 높더라도 등급이 낮아 불이익을 당하는 것은 뻔한 일이다. 이같은 불합리한 현상이 이어진다면 자연계 수험생의 불이익은 물론 과학기술에 뒤져 국가경쟁력이 약화된다는 데 문제가 커질 수밖에 없다총점 석차의 부작용을 막고 학생의 특기.적성.잠재력 개발을 겨냥하는 취지도 일리가 없는 것은 아니나 그 취지가 옳고 방향이 이상적이라 해도 우리의 현실이 따라주지 않으면 허사다. 더구나 대부분의 대학들이 총점만으로 학생을 뽑는데 학생들이 자기가 어느 위치에 있는지 알지 못한 채 지원하라는 것은 말도 안 된다. 모든 대학의 전형 방법이 그 취지에 맞게 바뀐 뒤에야 가능한 일임도 두말할 나위가 없다. 그렇지 않고 무리한 규제를 통해 이를 해결하려는 것은 손바닥으로 하늘을 가리는 꼴에 다름 아니다.

교육부는 교육 개혁을 앞세우지만 해마다 혼란을 가중시켜 왔으며, 올해도 방향을 바꾼 게 되레 큰 화근을 부른 꼴이므로 극심한 혼란에 빠져 있는 수험생과 학부모들의 고통을 덜어줄 수 있어야 한다. 지금 형편으로는 이상만 추구하며 수험생들을 실험 대상으로 삼을 게 아니라 당장의 혼란을 피하는 방향이 더 시급한 문제다. 가장 확실한 방법은 늦었더라도 총점 누계 공개의 일관성이라도 유지하는 게 옳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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