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가급등, 개미는 소외

입력 2001-12-06 12:26:00

"뒤통수를 한 대 얻어 맞은 기분입니다"

국내증시가 각종 기록을 토해낸 지난 5일 대구지역 모 증권사의 직원은 붉게 달아 오른 시세 전광판을 보며 이렇게 말했다. 종합주가지수가 많이 올랐지만 이날 일반투자자들은 상대적 박탈감 때문에 심한 스트레스를 받았을 것이라고 그는 덧붙였다.

이날 증시에서는 각종 기록이 무더기로 쏟아져 나왔다.

먼저 종합주가지수는 688.31로 지난달 26일의 연중 최고치(674.56)를 가볍게 돌파했다. 이는 또한 지난해 9월1일(692.19)이후 15개월만에 최고로 높은 수치.

상승폭(38.41 포인트)도 올 들어서 가장 컸다. 거래대금 역시 4조7천206억원으로 종전의 올해 최고치인 지난 11월 26일(4조5천208억원)의 기록을 넘어섰다. 지수 옵션시장에서는 거래량이 1천110만여 계약으로 사상 최대치를 경신했다.

증시 상승을 견인한 것은 선물과 연계된 사상 최대 규모의 프로그램 순매수세와 현물시장에서의 외국인 및 기관투자자의 '쌍끌이' 매수였다.

옵션시장에서는 '대박'과 '쪽박'이 교차됐다. 콜옵션에서 전날 대비 715%짜리 대박(장중 최고치 기준)이 터져 나온 반면 풋옵션에서는 '반토막' 사태가 속출했다.

전문가, 일반투자가 할 것 없이 블루칩을 중심으로 한 이같은 폭등세를 예측한 이들은 거의 없었다. 투자자의 표정도 밝지 못했다.

이날 무려 14개월만에 상한가를 기록한 삼성전자를 비롯해 SK텔레콤, 포철, 한국전력, 한국통신 등 시가총액 상위 5개종목이 끌어올린 지수는 무려 27.73 포인트에 달했다. 이날 상승폭 38.41 포인트의 72%에 해당하는 수치인 셈이다.

일반투자자들이 선호하는 저가 대중주들이 힘을 못썼기 때문에 이날 폭등세는 '빅5'들만의 잔치였으며 저가 대중주 투자에 주력하고 있는 일반 투자자들은 이날 수익률 게임에서 철저히 소외됐다.

지수가 '갭 상승'(시초가부터 전일 종가를 크게 상회하는 상승세를 보이는 것)과 함께 '장대 양봉'(종가가 시초가보다 크게 높게 마감된 것)을 그렸지만 거래대금이 과다하게 나타나는 등 단기 과열 조짐이 곳곳에서 관측되고 있는 상황이다. 그러나 중장기적 관점으로 볼 때 지금의 상승세가 쉽게 꺾일 것으로 보이지 않아 고점 매도 전략을 구사하기도 주저된다는 것이 업계 관계자들의 토로다.

모 증권사의 지점장은 "강력한 상승의 힘이 느껴지지만 향후 얼마 만큼의 조정이 나타날지 예측키 어려운 상황에서 고객들에게 추격 매수를 권하기도 여의치 않다"며 "지금의 투자 환경은 폭락장 때보다 대응하기가 더 힘들다"고 털어놨다.

어쨌든 현재로서는 오는 13일 선물.옵션 동시만기일(더블옵션데이)이 증시의 주요 변곡점이 될 것으로 보인다. 지금까지는 지수가 상승하면 수익을 낼 수 있는 쪽에 배팅을 건(선물 및 콜옵션 매수 포지션) 외국인 등 '세력'들의 힘이 증시를 주도하는 듯한 인상을 주고 있다. 큰 폭의 변동성은 선물.옵션 만기일 이후에 나타날 가능성이 높다고 보는 전문가들도 없지 않다.

김해용기자 kimhy@imaei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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