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와 함께하는 오후

입력 2001-12-06 00:00:00

초등학교 1, 2학년 애들이려나광주시 연제동 연꽃마을 목욕탕-

키가 큰 여덟살쯤의 형이란 녀석이

이마에 피도 안 마른 여섯살쯤 아우를

때밀이용 베드 위에 벌러덩 눕혀 놓고서

엉덩이, 어깨, 발바닥, 배, 사타구니 구석까지

손을 넣어 마치 그의 어미처럼 닦아주고 있었다

불알 두 쪽도 예쁘게 반짝반짝 닦아주는 것이었다

그게 보기에도 영 좋아 오래도록 바라보던 나는

"형제여! 늙어 죽는 날까지 서로 그렇게 살아라!"

중얼거려주다가 갑자기 눈물방울을 떨구고 말았다.

-김준태 '형제'

시의 전반부는 익살과 해학의 분위기이다. 후반부에 오면 반전을 일으켜 갑자기 독자들을 숙연하게 만든다. 한마디로 반전의 미학이 압권이다. 시적화자(시인 자신이다)는 왜 갑자기 눈물방울을 떨구었을까?피를 나눈 저 다정한 어린 형제간의 우애도 성장하여 자본주의 사회에 편입되는 순간부터는 왜곡되기 시작한다. 그 순수한 우애도 돈 앞에서는 금이 가고 마는 사례를 우리는 비일비재하게 본다. 과연 내 형제간은 어떤지 오늘 화들짝 놀라 자신을 되돌아 본다. 김용락〈시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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