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교육 소외 농촌서 수능고득점

입력 2001-12-05 15:12:00

갈수록 줄어드는 학생수와 변변한 학원 하나 없는 농어촌. 때문에 과외는 커녕 흔한 학원 한 번 가보지 못했던 농촌 학생들이 이번 수능에서 상위 10% 내에 드는 우수한 성적을거뒀다. 이들의 공통점은 학교 수업에 남달리 집중했고, 아침·저녁 교육방송수업과 방과 후 자율심화반에서 착실하게 실력을 다졌다는 것.

▨성주여종고 김경란양 359.5점=첫 눈이 성주읍내 성주여종고 교정에 조용히 쌓이던 날 3학년3반(담임 정훈철) 교실에선 축하의 함성이 터져나왔다. 급우인 김경란양이 359.5점을 받아 수능 1등급으로 서울대 수시모집에서 최종 합격했기 때문.

성주여종고 개교 이후 첫 서울대 입학생을 배출한 것이다. 더욱이 김양은 수능 1등급에 들게 됨으로써 재미교포 사업가 스티브 김씨가 출연한 장학재단으로부터 4년간 등록금 전액도 지원받게 됐다.농산물 가격 폭락으로 시름에 잠겨있던 부모도 김양의 합격 소식에 모처럼 환한 웃음을 지었다. 농경제학과에 합격한 김양은 "선생님들이 밤늦게까지 지도해 주시는 자율심화반과교육방송 수업이 높은 점수를 받는데 큰 도움이 됐다"며 "농촌에서 자란 만큼 농경제학을 공부해 WTO로 어려움을 겪는 농촌에 봉사하겠다"고 말했다.

성주여종고는 한 학년이 6개 반으로, 진학반 3반 상업과 3반으로 운영되고 있다. 올해 수시모집에서는 106명의 진학반 학생들 중 50여명이 경북대·부산대·충남대 등에 합격했다. 강선태 교장은 "작년에도 전국 주요대학에 87명을 입학시켜 대학 진학률이 90%를 넘었다"며, "교사·학생·학부모가 함께 노력한 결과"라고 말했다.

▨영양여고 남소정양 349.2점=경북도내에서 손꼽히는 산간오지 중 한 곳인 영양. 영양여고 3학년에 재학 중인 남소정양은 올 수능에서 349.2점(변환표준점수 363점)을받아 주위를 놀라게 했다. 도시에서야 흔한 입시 전문학원이나 과외를 찾아볼 수 없는 곳이었기 때문. 한 학년에 3학급(학년당 총 100여명)뿐인 조그만 농촌 학교의 자부심을 한껏 드높인 쾌거였다.

남양은 영양에서 초등학교, 중학교를 다닌 토박이다. 담임인 임태엽 교사는 "남양은 성실하고 책임감이 강한 학생이어서 평소에도 주위로부터 칭송이 자자했다"며, "평소자기 관리에 철저하고, 강한 의지와 극기심으로 노력한 덕분에 좋은 결과를 얻게 됐다"고 말했다. 특히 남양은 교과서를 중심으로 철저하게 분석·반복하는 공부를 해 왔으며, 각종 수험 관련서적 및 일반 교양도서, 신문 등을 탐독하고 의문점은 바로 질문하는 자세를 가져왔다고 했다.

남양은 "교육방송 시청과 토요일 방과 후와 일요일 자율학습에 꾸준히 참여했다"며, "인터넷이나 교육방송을 통해 원하는 입시정보를 수시로 얻을 수 있었고 선생님들이 열심히 지도해 주신 덕분에 좋은 성적을 거둘 수 있었다"고 말했다.

김수용기자 ksy@imaeil.com

박용우기자 ywpark@imaei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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