북한 인민무력부장을 지낸 오진우(1995년 작고)가 포항 장기 출신인지를 놓고 논쟁이 벌어지고 있다.
국내 인명록엔 오진우가 1917년 함남 북청 출신인 것으로 돼 있지만, 포항 사람들은 오랫동안 이곳 장기 출신으로 믿어 왔던 것. 이에 따르면 그는 본명이 오주승으로 장기면 학곡리에서 출생해 20살 전후에 만주로 포목장사 하러 가 큰 돈을 벌었으며, 김일성을 만나 독립운동 자금을 댄 공로로 인민군 장교가 됐다. 6.25 전세가 북한에 불리해진 뒤 오진우는 군함을 고향 모포 앞바다로 끌고 와 가족들을 태워 월북시켰다. 그때 인민군 1개 중대를 대동한 그는 말가죽 구두를 신고 어깨에는 붉은 견장이 달려 있었으며, 그 모습은 마을 사람들도 봤다. 월북 않은 그의 친척들은 지금도 장기에 살고 있다.
그러나 4일 발간된 계간지 '포항연구'에서 향토사가 이상준(42)씨는 "오진우는 포항 장기 사람이 아니다"고 주장했다. 오주승의 가계.호적부, 어릴 적 친구들 증언 등을 검토한 결과 오진우와 오주승은 별개 인물일 가능성이 높다는 것. 6.25 당시 오주승이 군함을 끌고 와 가족들을 태워 월북시킨 것은 사실이나, 그와 함께 서당에 다녔거나 얼굴을 아는 노인들이 "텔레비전에 비친 오진우는 오주승이 아니다"고 부정했을 뿐 아니라 사료들을 종합해도 오진우는 포항 사람이 아닌 것이 확실하다는 것.
그런데도 오진우가 오주승일 것으로 추정된데는 몇가지 이유가 있었다고 이씨는 판단했다. 첫번째 사단은 TV. 텔레비전이 보급되기 전엔 장기 사람들도 오진우를 몰랐으나 TV에 나타난 오진우의 얼굴이 포항에 사는 오주승의 동생(1992년 작고)과 너무 닮았다는 것이 알려지면서 형제간이 확실하다는 추측이 정설로 굳어졌다.
그런 믿음을 더 굳게 만든 또 하나의 사단은 남은 가족에 대한 당국의 계속된 사찰이었다고 이씨는 지적했다. 3공 때까지만 해도 오주승의 친척들은 동태를 감시당했고, 그때문에 일부 가족은 지금까지 대인기피증을 보이는 등 정신적 피해에 시달리고 있는 것으로 전해졌다.
포항.최윤채기자 cychoi@imaei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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