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달 29일 오후 3시 북구 대현동 ㄷ공고 주변. 학교에서 좀 떨어진 제과점에서 박모(17·고 2)군이 '디스' 담배 한 갑을 구입해 꺼내 물었다. 근처에 산다는 박군은 "교복만 갈아입으면 담배 구하기는 식은 죽먹기"라고 말했다. 친구 이모(17)군도 "교복을 입고 있어도 윗도리만 벗어버리면 쉽게 담배를 구입할 수 있다"고 털어놨다. 이 학교 안모(43) 교사는 "담배를 어디에서든 쉽게 구입할 수 있어 흡연단속이 어렵다"고 하소연했다.
성인들 사이에서 금연바람이 거세지만 청소년 흡연율은 되레 증가하고 있다. 청소년에게 담배를 팔 수 없도록 한 청소년보호법은 현장에서 사문화됐고 PC방, 만화방 등 청소년 출입이 잦은 업소에 대해 담배판매를 금지한 개정 담배사업법도 효과를 거두지 못하고 있다.
대구경찰청 청소년계 관계자는 "담배판매소가 너무 많아 단속은 사실상 불가능하다"며 "담배를 피우다 적발된 학생에 한해 역추적을 하지만 소용이 없다"고 말했다. 청소년보호법상 학생들은 처벌대상이 아닌데다 "잘 기억이 나지 않는다"고 둘러대면 담배를 판 가게를 찾아내기 힘들다는 것이다.
청소년 출입이 잦은 업소에서도 담배를 팔 수 없게 됐지만 별 효과가 없다. 영세슈퍼, 토큰 판매소, 휴대폰 대리점 등 새 담배판매소가 우후죽순처럼 생겨났기 때문.
실제 담배소매소 현황을 보면 수성구청은 지난해 1천322개소에서 올해 1천435개소로 늘어났고 동구청 역시 지난해 1천65개소에서 올해는 1천200개소로 증가했다. 중구 ㄱ여상 강모(37) 교사는 "구멍가게의 경우 교복을 입고 있는 여학생에게도 담배를 버젓이 판매하고 있다"며 "담배판매소를 한정해 단속을 강화해야 한다"고 지적했다.
한국금연운동협의회에 따르면 청소년 흡연율은 해마다 증가, 남학생의 경우 지난해 중학생 흡연율은 7.4%, 고등학생 흡연율은 27.6%로 지난 88년에 비해 중학생은 4.1배, 고등학생은 1.2배 늘어났다. 여학생 역시 지난해 중학생 흡연율은 3.2%, 고등학생 흡연율은 10.7%로 중학생은 2.7배, 고등학생은 4.5배 늘어나, 여고생 흡연이 심각한 것으로 나타났다.
이상준기자 all4you@imaei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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