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원봉사 여성부장관상 류복수 할머니

입력 2001-12-01 15:14:00

류복수(64.대구시 중구 남산동)할머니의 '주간일정'은 항상 빡빡하다. 류 할머니의 사정을 잘 모르는 사람들은 '무슨 장사를 다니는데 저 나이되도록 저리 바쁜가'라며 의아해하지만류 할머니가 1년내내 분주한 이유는 따로 있다.

'자신을 위해' 쓰는 시간보다 이웃을 위해 사용하는 시간이 훨씬 더 긴 류 할머니. 20년간 이어온 자원봉사자로서의 삶. 5남매를 길러내고 이제 손자.손녀가 여럿이지만 남을 위해 베푸는 삶은 여전히 청춘 못지 않다.류 할머니는 '장애인 전문가'다. 학위가 있어서 전문가가 아니라 20년동안 장애인들을 위한 봉사를 하면서 그들의 삶을 꿰뚫고 있다. 무엇이 부족한지, 어떤 고민을 갖고 있는지 훤하다.

81년부터 류할머니는 장애인들의 집을 찾아다녔다. 자신이 다니는 교회에 장애인들이 많은 것을 보고 그들의 삶이 '참 고단한다'는 것을 느꼈기 때문이다.반찬을 해서 갖다 주고 목욕까지 시키는 일을 20년 가까이 이어왔다. 지금도 매주 금요일이면 집에서 꽤나 멀리 떨어진 달서구 월성동과 본동까지 찾아간다. 어렵게 살아가는 장애인들의 집을 방문하기 위해서다.

류 할머니는 늙어서도 배울 것이 많다고 '자원봉사'의 장점을 얘기한다.

"제가 방문하는 뇌성마비장애인 얘기입니다. 그 장애인은 손을 제대로 쓸 수 없지만 항상 집이 너무너무 깨끗해요. 몸이 불편하지만 자원봉사자들에게 절대로 도움을 청하는일이 없습니다. 단지 외출이 힘든 자신의 말벗만 되어줘도 고마워합니다. 육체적으로 힘든 생활이지만 강한 정신으로 이겨내고 바른 마음을 갖고 사는 이들을 보면 비장애인인 제가 더 열심히 살아야 한다는걸 느낍니다".류 할머니는 누구든 어떤 계기가 있어야 작은 일이라도 결심하고 꾸준히 한다고 했다. 그렇듯이 류 할머니도 '열심있는 자원봉사'의 계기가 있었다.

"서른을 갓 넘긴 무렵, 장티푸스를 앓았어요. 20여일동안 꼼짝못했는데, 그때 하나님과 약속을 했어요. 이번에 일어나게 해주시면 평생동안 이웃을 위해 힘써 일하겠다고요. 저는 일어났고 아직까지 약속을 지키려 노력하고 있습니다".

나이가 든 요즘은 자신과 비슷한 연령의 노인들에게 마음이 꽤 쓰인다. 그래서 매주 월요일과 화요일엔 복지관에서 열리는 노인들을 상대로한 무료급식행사에 식사 도우미로 나간다."제가 사는 남산동엔 저소득 노인들이 많습니다. 홀로 사는 노인들은 식사를 챙겨 드시기에 어려운 점이 한두가지가 아닙니다. 이웃이 조금만 관심을 가지면 그 분들은 훨씬 즐거운삶을 사실 수 있어요".

'바깥일'에 열심이지만 집안일도 놓치지 않는다. 5남매를 모두 다 키웠고 맞벌이를 하는 아들내외때문에 손자.손녀를 벌써 3명째 맡아 키우고 있다. 가정에서의 성실한삶이 전제돼야 이웃을 위한 삶도 가능하다는 것이 류 할머니의 지론이다.

"옛날엔 '자원봉사'라는 단어도 없었어요. 요즘에서야 이런 말이 생기고 관심이 커졌어요. 젊은 분들이 자원봉사에 많은 관심을 기울여야합니다. 세상을 더 밝게 만들수 있거든요".

류 할머니는 오는 5일 오전 9시 대구시민체육관에서 열리는 '대구자원봉사자대회'에서 20년간 이어온 자원봉사경력을 인정받아 '여성부장관상'을 받는다.

최경철기자 koala@imaei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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