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시론-성공한 개인이 지역을 바꾼다

입력 2001-11-30 15:08:00

자선의 계절이다. 한 해를 마무리하며 사회에 대한 고마움을 표시하는 행위는 아름다운 일이다. 최근에는 경제적 성취를 이룬 젊은 기업인들의 사회기여도 크게 늘어가고 있는 추세이다.

인터넷 정보혁명으로 정보나 인간관계의 사회적 확산 효과가 커진 디지털 사회에서 개인의 자선적 또는 봉사적 행위의 영향은 크게 증대하고 있다. 이에 따라 개인이 사회가 못하는 부분에 사재를 털어 선각자적 투자를 한다거나 본보기를 보임으로써 커다란 사회적 반향을 일으키고 나아가서는 그 지역 전체를 변화시키는 일들이 종종 일어난다.

필자는 이러한 개인의 선각자적 행동들을 소속사회의 미래를 걱정하는 '개인의 이니셔티브(initiative)'라고 부르고 싶다. 이니셔티브란 발의, 솔선, 선수(先手) 등을 의미하는 것으로 개인의 작지만 미래지향적인 솔선수범을 표현한다.

실리콘밸리를 비롯하여 세계적으로 성공한 첨단산업 밀집지역들은 거의 모두 선구자적인 소수 개인들의 땀과 희생, 즉 그들의 이니셔티브 위에서 이루어진 바가 크다. 최근 정문술 전 미래산업 사장은 그의 전 재산을 털어 한국과학기술원에 생명공학 관련학과를 설치하게 했다. 이러한 자선행위는 한국의 기술산업을 걱정한 소중한 이니셔티브임에 틀림없다. 그분이 스스로 '생산적 자선'이라 부르듯이 한국의 생명공학 기술은 이러한 개인 이니셔티브에 힘입어 더욱 생산성을 높여갈 것으로 기대된다.

이와 같은 '생산적 자선'이 지역경제의 활성화나 구조고도화에 기여할 수 있는 여지는 실로 크다. 예를 들자면, 개별기술 분야를 직접 지원하는 것도 좋지만 지역 전체의 기업가 정신과 도전의 문화를 촉진시키는 방법을 통해 지역의 산업경쟁력을 한 차원 위로 끌어올리는 데 기여할 수 있다.

즉, '기업가 정신 및 창업'과 관련된 지원센터 또는 재단의 설립을 통해, 신생 창업자들에게 경영 노하우를 배우게 하고 성공한 기업인들에게는 그들의 경험을 사회에 되돌리게 하며, 유치원부터 대학에 이르는 교육과정 속에 기업가 정신의 고취에 관련된 프로그램을 설치하고 지원할 수 있다. 이렇게 되면 지역의 영리 및 비영리 조직의 문화를 혁신적이고 도전적인 것으로 쇄신시키며, 지역의 남녀노소 다수에게 진취적인 마인드와 창업 지식을 확산시킬 수 있다. 그 결과 지역사회는 새로운 것을 과감하게 실험하려는 도전적 문화와 이를 비즈니스적으로 성공시키는 데 필요한 창업경영의 노하우로써 무장할 수 있을 것이다. 이는 디지털 경제의 급속한 환경변화에 대응한 지역경제의 핵심역량이 될 것이다. 이에 관한 대표적 성공모델로서 미국의 카우프만 센터(Kauffman Center for Entrepreneurial Leadership/www.emkf.org)를 들 수 있다. 이 민간기관은 미국 사회의 도전적 문화와 창업을 증진시키는 것을 주된 목적으로 한다.

디지털 경제에서의 자선이란 '성공한 사람'의 의무라고도 할 수 있다. 왜냐하면 서로 긴밀하게 얽혀져 돌아가는 사회에서 혼자만 잘해서 성공할 수 있는 일이 드물기 때문이다. 주식 상장을 통해 거금을 쥔 사업가의 성공 뒤에는 자본시장을 만들고 지탱해 온 고마운 사회시스템이 존재한다. 창업에 성공한 벤처기업인들의 뒤에는 그들에게 지식과 아이디어를 갖게 해준 학교와 연구실이 있다.

사실은 자신이 속한 생태계를 고마워하고 그 미래를 위해 이니셔티브를 발휘할 줄 아는 사람에게 더 큰 성공과 존경이 주어진다. 이는 생태계의 선순환 논리로 볼 때 당연한 귀결이라고 할 수 있다. 하지만 그 성공의 크기를 떠나서 자신이 떠먹고 간 옹달샘을 고마워하고 적극적으로 보호하는 것은 인생살이의 미덕이기도 하다.

이장우 경북대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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