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상덕의 대중문화 엿보기

입력 2001-11-29 15:17:00

2004년부터는 지역에서도 SBS, MBC, KBS의 서울방송 프로그램을 지방방송사의 자름(?)을 거치지 않고 볼 수 있을지도 모르겠다. 한국 디지털위성방송(KDB)의 지상파 방송 재송신 덕분이다. 결과 우리는 서울지역의 첫눈 오는 소식에 월동준비를 갖추어야하고 한강교의 정체소식에 출근을 서둘러야한다. 또한 서울 세종문화회관에서 벌어지는 문화안내는 접하지만 지역 문화회관에서 주최하는 문화계 소식은 모른다. 오직 서울중심이다. 지금과 같이 지역 공중파방송을 접하려면 비용이나 수고가 만만치 않다. 위성방송을 위해 이미 설치한 것들 외에 또 다른 같은 것들을 시설해야 한다. 안테나를 다시 세워야하고 라인을 깔아야하고 리모콘을 새롭게 장만해야 한다.

그래서 지방 방송사는 설자리를 잃을 수 있다. 물론 무한 경쟁시대에 경쟁은 당연하다. 지방 프로와는 다른 세련되고 고급스러운 서울지역의 방송프로를 지방방송사의 간섭(?)없이 보아야 한다는 주장도 설득력이 있다. 사실이지 서울지역 방송프로의 제작비 중에는 지방의 스무 배가 넘는 경우도 많다. 게다가 스타를 부를 때도 교통비정도만으로 섭외가 가능하다. 하지만 지방에서 방송프로를 제작한다는 것은 쉽지 않다. 좀 키워놓은 지방의 출연자가 서울로 진출하는 경우도 흔한 일이고 심지어는 지역이라고 해서 출연을 달가워하지 않는 지역의 명사도 있다. 물론 서울의 스타를 출연시킨다는 것은 더욱 힘들다. 항공료를 포함한 출연료가 300만원을 넘기도 한다.

월남전에서 미군포로와 한국군 포로에 얽힌 이야기다. 그들이 석방된 뒤 미군 포로는 정신질환을 앓았지만 한국군은 건강했다. '엄마가 그리울 때…'한국군에게는 고향과 어머니가 있었기 때문이란다. 그래서일까. 우리들 대중가요의 노랫말은 대부분 고향이나 어머니 타령이다.

문화는 어머니이고 고향이며 생활양식의 총체이다. 땅의 역사성을 배경으로 관습의 영향을 받는다. 촌스럽다고 버릴 수 있고 세련되지 못했다고 남의 어머니를 내 어머니라고 할 수 있는 것이 아니다. 하지만 지역민들의 지역문화 홀대는 대단하다. 심지어는 지방 방송 프로그램은 무조건 보지 않는다는 문화사대주의도 있다. 여기에 덧붙여 한국 디지털위성방송의 지상파 방송 재송신이 이루어지면 우리는 오직 서울문화만을접하게 된다. 지방에 태어났다는 것만으로도 열등감이나 패배감에 짓눌릴 수 있다. 서울지상파 방송의 전국 동시 재전송이 철회되어야 하는이유는 여기에 있다. 대경대 방송연예제작학과 교수 sdhantk@yahoo.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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