노무사 한주태희(31·여·대구시 서구 내당동)씨는 자신의 명함을 다른 사람에게 건넬 때마다 "무슨 이름이 이래요. 혹시 일본사람인가요"라는 소리를 곧잘 듣는다. 호적상 이름은 한태희이지만 1년전부터 아버지 성인 '한'씨에다 어머니 성인 '주'씨를 같이 붙여 사용하고 있다.
김효진(35·대구시 수성구 신매동)씨와 이영희(35·여)씨 부부는 얼마전 태어난 딸의 이름을 김이은(金李恩)이라고 지어 호적신고를 마쳤다. 아내의 성인 '이(李)'를 딸의이름에 넣은 것. 김씨는 "부계 성만 존중되는 현실에서 모계 성도 존중하자는 의미에서 아내의 성을 넣어 딸의 이름을 지었다"며 "집안 어른들의 반대도 많았다"고 했다.
여성단체들이 벌이고 있는 '부모성 함께 쓰기 운동'의 영향으로 자신의 이름앞에 부모의 성씨를 공동으로 붙이는 사람들이 늘고 있다. 대구여성회에 따르면 대구지역에서 부모성을 함께 쓰고 있는 사람은 100여명에 이르며, 아내의 성을 집어넣어 자녀의 이름을 짓는 사례도 늘고 있다.
부모성 함께 쓰기 운동은 여성단체들이 호주제 철폐 운동의 하나로 지난 99년부터 벌이고 있으며 대구에서도 지난해부터 이 운동이 활발한 편이다.하지만 현행 호적법은 부모성을 함께 등재할 수 없도록 했기 때문에 일상생활에서만 부모성을 함께 사용하고 있다.
대구여성회 예김영숙 사무국장은 "여성단체회원, 여성학자 등 여성계에서만 알려졌던 부모성 갖기가 최근엔 일반인들 사이에서도 확산되고 있다"며 "이는 여권신장과더불어 남녀가 평등하다는 인식이 뿌리내리고 있다는 증좌"라고 말했다.
모현철기자 mohc@imaei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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