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구연극계 뜨거운 겨울무대

입력 2001-11-28 00:00:00

지역 연극계의 산증인으로 지난달 15일 타개한 고 박상근 선생 추모 형식의 제11회 대구 목련연극제 일정 및 참가극단.작품이 확정됐다.

다음달 5일부터 30일까지 치러지는 이번 연극제엔 지난해보다 한개 팀이 더 늘어나 참가극단은 모두 6개.

우선 5일부터 9일까지 극단 여명(대표 김종대)의 '누가 누구?'(마르끄 까몰레띠 작.김종대 연출)가 소극장 연인무대에서 막을 올리고, 같은 기간 소극장 예전에서는 극단 예전(대표 김태석)의 '아름다운 사인(死因)'(장진 작.김종석 연출)이 공연된다.

'누가 누구?'는 아내를 친정에 내보내고 애인과 친구를 불러 멋진 주말을 즐기려던 남편의 계획이 차질을 빚으면서 벌어지는 폭소극이다.

한 검시관이 근무하는 검시실에 자살한 여자 시체 4구가 동시에 들어오면서 시작되는 '아름다운 사인'은 결국 이 여자들이 자살하게 된 원인이 개인의 잘못에만 국한되지 않고 상당부분 이 사회의 모순에서 비롯됐음을 고발하는 내용이다.

11일부터 16일까지는 역시 소극장 예전에서 극단 한울림(대표 정철원)의 '홍당무'(공동연출)가, 연인무대에서는 극단 온누리(대표 이국희)의 '신랑구함'(낀데로스 형제 작.이국희 연출)이 각각 공연된다.

'홍당무'는 사랑에 굶주린 소년 홍당무의 외로움에 초점을 맞춰 그것이 그 자신의 허물에서 오는 것이 아니라 부모의 불화와 가족의 무관심에서 오는 억울한 외로움이란 점을 드러낸다. 사랑하지 않는 사람들과 함께 살면서 스스로를 달래며 구원하는 홍당무의 고독을 유머러스하게 그려보인다.

극단 온누리의 '신랑구함'은 신분을 속여 청년화가에게 딸을 결혼시키는 과정의 해프닝을 그린 코믹물이다.

18일부터 23일까지는 극단 배우(대표 권호명)의 '유리동물원'(테네시 윌리엄스 작.최정은 연출)이 소극장 예전에서 공연되며, 25일부터 30일까지는 극단 달구벌(대표 서영우)의 '향교의 손님'(이근삼 작.서영우 연출)이 같은 장소에서 막올린다. '유리동물원'은 냉혹한 삶에 침몰해 가는 한 가족의 비극을 그린 작품. 30년대 미국 공황기를 배경으로 극의 해설자이자 출연배우인 톰이 자기가 살고 있는 아파트를 탈출하는 과정을 그렸다.

'향교의 손님'은 이근삼 선생 특유의 재기넘치는 깔끔한 풍자극. 등산갔다 길을 잃은 대학교수가 향교에서 살고 있는 거지와 만난다. 얻어 먹는 교수와 베풀는 거지의 전도된 위상을 보는 재미가 쏠쏠하다. 배홍락기자 bhr222@imaei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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