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 지상토론-교원정년연장

입력 2001-11-27 14:20:00

◈찬성-국회 결정 존중돼야

한국교총은 국회 교육위원회가 지난 21일 교원 정년을 63세로 연장키로 결정한것은 잘못된 교육정책을 바로잡는 출발점으로 본다. 전문직인 교원 자존심 회복과 사기 진작으로 교육력 향상에 기여할 것이라는 점에서 정년연장이 만족할 만한 수준은 아니지만 환영한다. 정부, 여당은 교원정년 연장법안이 이미 전체 국회의원의 과반수가 넘는 153명이 발의하여 여러차례 심의를 거친 만큼 맹목적으로 반대만 할 것이 아니라 지금이라도 이를 적극 수용, 교육 정상화를 위한 노력에 동참할 것을 촉구한다.

교원정년 단축은 현 정부 교육정책 실패의 대표적인 사례이다. 교원정년 단축으로 교원의 질적 향상, 교육환경 개선, 교단 활성화 등이 가능한 것으로 국민에게 환상을 심어줬으나 오히려 심각한 교육적 부작용만 양산됐다.

개혁 대상으로 매도된 교원의 사기는 극도로 저하되어 교실 붕괴의 직접적인 원인이 되었고 낙담한 교육자들의 대량 집단퇴직 사태는 담임이 없어 수업을 하지 못하는 교육 공백사태를 초래했다. 초등 교원수가 부족하자 단기연수를 통해 중등자격증 소지자를 초등교사로 임용하는 파행적 인사행정으로 교육의 전문성을 무시하고 인사의 틀을 무너뜨렸다.

해방이후 한번도 없었던 전국 교대생의 동맹휴업이 무려 2차례나 있었으며 지금도 수많은 예비교원들이 거리로 나와 있다. 억지로 퇴직시킨 교원을 기간제로 채용하는 희극적인 교육행정이 일어나고 있는 것도 사실상 앞뒤를 고려하지 않고 일단 강행하고 보자는 실적위주의 파행적 정책에서 비롯된 것이다.

그럼에도 정부, 여당이 잘못된 정책을 바로잡기 위한 교원정년 연장에 대해 아무런 대안 없이 반대의 입장을 굽히지 않고 있는데 대해 실로 개탄을 금할 수 없다. 정부, 여당은 현재 그야말로 교단 황폐화가 심각한 상황임을 명심해야 한다. 정부는 지금까지의 교육실정에 대해 겸허하게 반성하는 자세를 보여야 하며 국회의 결정사항을 적극적으로 수용, 뒤늦게나마 교단안정에 기여하는 모습을 보여야 할 것이다.

한국교총은 교원정년 단축에 따른 교육적 폐해가 궁극적으로 교육을 교육 논리로 접근하지 않고 정치적 목적으로 이용한 정책 집행자의 잘못된 판단에 근본적인 원인이 있다고 본다. 따라서 이러한 교육정책 실패가 재발되지 않기 위해서는 정권이나 장관이 바뀌더라도 교육이 안정적으로 발전할 수 있는 초정권적 교육기구의 설치가 반드시 필요하다는 점을 다시 강조한다.

이학무(대구교원단체연합회장)

◈반대-당리당략적 접근 문제해결 안돼

지난 일주일 동안 우리 사회는 '교원정년 환원'에 대한 논쟁으로 뜨거웠다. 최근 한국갤럽이 전국 1천100명의 남녀를 대상으로 실시한 '교육정책 여론조사'결과를 살펴보면 응답자의 62.6%가 '정년 연장은 잘못된 일'이라고 답한 반면 '잘된 일'이라고 찬성한 응답자는 26.8%에 불과했다. 이같은 결과는 오늘의 초등교원 부족 사태가 정년 단축에서 빚어졌고, 정년 단축으로 인해 초래된 교육 붕괴현상을 정년 연장으로 복원해야 한다는 야당과 교총의 주장이 지지를 얻지 못하고 있다는 사실을 반증한다.

당시 3년의 정년 단축으로 퇴직한 교원은 1만5천여명이었지만 교원 연금 고갈에 대한 불안으로 한꺼번에 명예 퇴직하는 바람에 그 숫자는 3만 5천여명으로 불어났다. 결국 교원 수급 불균형의 정확한 원인은 연금법 파동 때문이다. 더구나 당시 정년단축을 반대했던 사람들조차도 또 다시 정년 문제를 끄집어내 교단을 혼란스럽게 하는 일이 없어야 한다고 주장하는 단계이다. 해결해야 할 산적한 교육 현안들을 제쳐두고 '정년 1년 연장'에 골몰하는 정치권의 행태를 바라보는 학부모의 심정은 착잡하기만 하다. 지금의 어려운 교육현실에 아무 도움이 되지 않는 정년 연장에 집착, 내년 대선을 앞둔 인기몰이 전략으로 활용함으로써 교단을 다시 혼란에 빠뜨리고 있다. 교단의 사기와 무너진 교사의 자존심을 살리고 교육의 질을 높이고자 한다면 부적격 교사의 퇴출 제도를 도입, 학생과 학부모의 신뢰를 회복하는 일이 우선일 것이다.

현재 전국의 참교육학부모회 사무실에는 연일 업무가 마비될 정도로 격려와 비판 전화가 쇄도하고 홈페이지 자유게시판도 북새통을 이뤄 이 법안에 대한 학부모와 시민들의 관심이 높음을 나타내고 있다. "아줌마들이 교육에 대해 무얼 알고 있다고 이래라 저래라 반대를 하느냐"며 언성을 높이는 분들도 있고 반대로 "지금 논의되고 있는 교원정년 연장은 학부모의 정서, 특히 교육권자인 아이들의 정서를 제대로 이해하지 못하는 야당의 반개혁적인 태도"라고 성토하는 분들도 많다. 지식 전수와 연구에 목적을 두고 있는 대학 교수와 달리 초, 중등 학교 교사는 어린 학생들과 함께 호흡하고 뛸 수 있는 에너지가 요구된다고 본다. 비록 정년을 맞은 교사라 하더라도 실력이 있고, 의욕적인 분들은 계약제를 통해 얼마든지 교단에 서게 할 수 있는 길은 열려 있다.

'교육처럼 가치 있는 것일수록 지키기는 어렵고 따라서 헌신적인 희생을 요구한다'는 이치를 기억해야 할 것이다. 더욱이 교원정년 연장뿐 아니라 사립학교법 재개정과 같이 중요한 교육 현안을 교육 논리가 아닌 정당의 당리당략적 차원에서 풀어가겠다는 발상은 학부모를 무시하는, 명분과 실리를 모두 잃은 어리석은 선택이라고 본다.

장광영(참교육 학부모회 대구지부장)

최신 기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