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북과학대 교환학생으로 와 관광가이드 아르바이트를 하는 중국인 짜오시안(趙賢·22)씨는 '대구는 이해할 수 없는 도시'라고 고개를 흔들었다. 그는"최근에 중국인들이 대구에서 관광과 쇼핑을 하러 몰려오지만 비싼 숙박비 때문에 돈보따리는 경주나 부산에서 풀고 있다. 왜 그들을 놓치는 지 모르겠다"고 말했다.
짜오시안씨는 "대구공항도 이름만 국제공항이지 통역이 없어 중국인들은 입국심사때부터 불편을 겪는다"며 "시내를 돌아다녀도 중국어 안내판이나 중국어 통역이 가능한 가게는 찾을 수 없다. 중국 위안화를 받아 주는 곳은 없고 US달러도 잘 안통한다"고 지적했다.
WTO 가입, 월드컵 본선 진출, 한류열풍에 들뜬 중국인들이 몰려오고 있지만 대구의 손님맞이는 영점이다.
대구공항에 도착한 중국인들은 곧 바로 호텔비가 싼 경주·부산으로 이동하고 여행사쪽에서도 이 지역 호텔을 잡아주고 있으며, 갖가지 관광 불편 때문에 대구시내 쇼핑을 꺼릴 정도다.
한국관광공사에 따르면 우리나라를 찾는 중국 관광객은 매년 증가, 올해도 지난해보다 6.5% 늘었으며, 대구 역시 올해는 상해, 청도, 북경으로 오가는 항공기 정기노선 및 전세기가 잇따라 뜨면서 10월말 현재 지난해(2천639명)에 비해 두 배 가까이(4천278명) 증가했다.
관광공사 김경주 연구원은 "올해 처음으로 중국 관광객이 미국 관광객을 넘어섰다"며 "중국은 일본에 이은 '제 2시장'으로서 입지를 굳혔다"고 말했다.
이같은 추세속에 대구지역 관광업계는 "중국관광객을 끌어들이기 위한 관광인프라 구축이 전혀 안되고 있다"며 "이대로라면 중국관광객을 타 지역에 뺏길 가능성이 크다"고 우려하고 있다.
서울에서 중국인관광객 유치를 전담하는 모두투어 전여경(38) 실장은 "중국인들에게 서울과 부산을 잇는 관광코스가 최고 인기지만 대구지역 호텔이 30~40% 정도 더 비싸 경주·부산에서 숙소를 정하고 대구는 하루 정도 지나가고 있다"고 지적했다.
경북과학 여행사 전중화(34) 과장은 "비싼 숙박비때문에 대구공항으로 들어온 중국관광객을 다른 지역으로 돌리고 있다"며 "그같은 일정 때문에 중국인들이 약령시, 서문시장, 쇼핑몰, 우방타워 등의 관광코스도 반나절만에 끝내기 일쑤여서 대구를 제대로 보지 못하고 있다"고 말했다.
더욱이 중국인들이 많이 찾는 서문시장, 동성로 등에는 중국어 안내, 화폐 교환소,중국인 전문식당 등이 갖춰지지 않아 중국인들의 발길을 돌리게 하고 있는 실정이다. 대구에 다시 오고 싶지 않은 이유 중 하나다.
한 여행사 관계자는 "경주나 부산에는 중국식뷔페같은 중국전문 식당이 있다. 대구의 식당들은 항상 차와 함께 식사하는 중국인 식사습관은 고려않고 냉수부터 가져다 주고 있다"고 아쉬워했다.
대구시 관광정책 부재도 중국인의 외면을 부채질하고 있다.
한 여행사 관계자는 "다른 시·도와 같이 대구시가 여행사에 장려금을 지원한다든가 중국인을 많이 유치하는 여행사에 인센티브를 주었으면 좋겠다"고 말했다.
JCA공항 하봉현(29) 대구지점장은 "일본에 못지않는 무한한 중국시장의 잠재력을 인식하지 못하는 업계와 정책지원에 궁색한 대구시에 안타까운 마음이 든다"고 말했다. .
이상준기자 all4you@imaei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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