초법적(超法的)으로 막강한 권력을 행사하는 대통령을 두고 '제왕적(帝王的)대통령'이라 한다. 1973년 워터게이트 사건 때 미국의 역사학자 아서 슐레진저가 닉슨 행정부의 전횡을 꼬집을 때 처음 사용된 이 말은, 그러나 요즘 와서는 미국인들보다 우리 귀에 더욱 친숙한 느낌이다.
▲한나라당 국가혁신위가 21일 주최한 '제왕적 대통령 해소 방안'토론회는 무엇보다 제왕적 대통령의 실체를 명쾌히 파헤쳤다는데서 눈길을 끈다. 토론자들은 제왕적 대통령의 현상으로 검찰과 경찰권 및 조세징수권을 남용하고 국가 중요정책을 독선.독주.독단하는 것을 꼽았다. 또 정치적으로는 국민들이 총선에서 제동을 걸어도 대통령이 선거에서 나타난 민의를 의원 빼가기, 꿔주기 등으로 왜곡, 조작하는 것을 제왕적 대통령의 행태라 지적했다.
▲이런 측면에서 볼때 'YS는 문민 권위주의, 신권위주의형 정치인'이며 'DJ는 국회와 야당을 정책 파트너로 인정않는 카리스마적 리더십을 보이고 있다'고 했다. 더구나 이번 토론회에서 'YS와 DJ는 박정희 전 대통령이 만들어 놓은 영도자적이고 군주적인 대통령상을 그대로 빼닮았다'는 지적이 나온 것은 충격이다. 물론 보는 시각에 따라 차이는 있겠지만 어떻든 평생을 민주주의만 부르짖으면서 '타도 박정희'를 외쳤던 YS와 DJ의 리더십 행태가 실은 박 전 대통령을 그대로 빼닮았다는 것이니 세상사란 참 오묘하단 감회를 갖게된다.
▲어쨌든 이날의 토론회에서 우리 정치가 발전하려면 제왕적 통치구조가 개선돼야 한다는 결론을 내리고 "제왕적 대통령이 존재하는 것은 제왕적 야당총재가 있기 때문"이란 지적은 야당도 귀 담아 들을 대목이 아닌가 한다. 최근 뉴욕의 9.11테러 이후 미국의 떠오르는 지도자들의 5계명을 보면 △대중에 자주 얼굴을 보이라는 것과 △무조건 장밋빛 낙관론을 펼치지 말고 △자신의 업적을 과대평가하지 말라는 것이다. 게다가 △자신의 지도력을 과신하지 말고 △앵무새처럼 각본대로 연설하지말라는 것이었다. 구태의연하게 학연.혈연을 앞세워 리더노릇을 하려는 우리 정치지도자들이 한번쯤 되씹어볼만하다는 생각도 든다.
김찬석 논설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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