야고부-'보신탕 연구'

입력 2001-11-20 00:00:00

인간들한테 가장 만만한 동물이 개(犬)인것 같다. 미워서 퍼붓고 좋아도 퍼붓는 욕설중에 개가 빠지면 어째 허전(?)하다. 정치판을 비웃는 표현 중에 최악의 표현도 바로 '×판'이다. 그래서 욕설을 고상하게 육두(肉頭)문자라고 한다.

지난해 구제역.광우병 파동이 세계를 휩쓸자 유러피언들은 쇠고기 대신 말.악어.캥거루고기 쪽으로 우루루 몰려갔다. 캥거루 과잉으로 골치앓던 호주는 쾌재를 불렀고 스리랑카의 악어농장은 독일 수출에 만세를 외쳤다. 파리.베를린엔 말고기전용 레스토랑이 늘어났다. 그러나 우린 유럽사람들처럼 별나게 법석 떨지는 않았다. 주부들의 손길이 닭고기.생선쪽으로 많이 갔을 뿐이다.

최근 국제축구연맹(FIFA) 블래터 회장이 정몽준 월드컵한국조직위원장에게 편지를 보내 개고기 식용금지를 권고한데 이어 유럽인들이 한국인의 식성에 시비를 걸고 있다. 88올림픽 직전 프랑스 왕년의 육체파 여우 브리지트 바르도가 개고기 시비에 불을 지른 이후의 재탕이다. 그러나 한국에 우호적인 언론도 있다. 독일의 유력지 '프랑크푸르터 알게마이 네 차이퉁'은 기사를 통해 블래터 회장의 행동을 이렇게 비판했다. "FIFA는 98년 프랑스월드컵때 말고기를 못먹게 강요한 적 있느냐. 2008년 올림픽때도 그 별난 중국식단을 바꾸도록 압력넣을 용기가 있느냐" 이 신문은 고유의 음식문화를 왈가왈부 하는 것은 문화제국주의적 발상이라고 우리를 거든 것이다.

그러나 문제는 우리에게도 있다. 나라가 약하면, 그리고 처신을 잘못하면 먹는것까지도 시비거리가 된다. 88올림픽 때를 봐도 그렇다. 보신탕이 국제적 논란거리가 됐으면 보신탕 설명회라도 갖든지 무슨 대응책이 있어야할 정부는 관광객 안올까봐 안달을 했고, 이에 검찰은 '눈치껏 안한다고' 보신탕집 주인 몇을 구속까지 하는 해프닝을 빚었다. 이게 그당시 대구의 일이다.

동물애호의 문제(애완견)와 고유한 음식문화의 문제(식용견) 사이의 갈등은 쉽게 가라앉을 것 같지 않다. 앞으로 세계적인 행사가 있을때마다 개타령은 불쑥불쑥 튀어나올게다. 차라리 개고기가 암치료에 탁월한 효과가 있다든지, 비아그라는 저리가라든지 하는 '실증적 연구'라도 뒷받침 되었으면 남의 상에 배놔라 감놔라 시비거리는 되지않았을 게다. 개고기는 그렇게들 먹으면서 왜 이런 연구는 없나? 이런 점에선 얼마전 개고기 유통 합법화를 골자로 축산물가공처리법 개정안을 국회에 제출했던 한나라당 김홍신 의원의 행동이 훨씬 매력적이다.

강건태 논설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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