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차단속 주민 눈치보기

입력 2001-11-20 00:00:00

지난 17일 오후 2시쯤 중구 남산동 '인쇄골목'. 왕복 2차로는 무질서하게 늘어선 십여대의 불법 주차차량들로 전쟁터를 방불케 했다.

인쇄소마다 화물차들이 비상등을 켜고 도로를 점령한 채 30분이 넘게 전단 등을 싣고 내렸으며, 오토바이들은 비좁은 차량사이를 곡예운전을 하며 내 달렸다. 차량 흐름이 막히자 운전자들은 짜증스레 경적을 울려댔고, 놀란 통행인들은 피할 곳도 없이 도로 한 가운데로 내몰렸다.

주민 최모(55)씨는 "큰 도로는 물론 인쇄소가 있는 골목마다 화물차들이 불법주차해 있어 걸어다니기도 불편한 실정"이라며 "구청은 이렇게 불법주차가 성행하는 곳은 제쳐놓고 어디에서 주차단속을 하는지 모르겠다"고 단속을 요구했다.

남산동인쇄골목정보산업협의회 관계자도 "무질서한 주차로 손님들에게 불편을 줘 상권이 위축되고 있다"며 "인쇄소마다 협조를 구하고 있지만 개선이 잘되지 않는다"고 말했다.

대부분 구청들이 불법 주·정차로 통행에 지장이 많은 도로는 민원발생 등을 이유로 단속에 소홀한 반면 차량소통에 지장을 주지 않는 이면도로 불법 주·정차에 대해선 강력하게 단속, 비난을 사고 있다.

인쇄골목의 경우 상인 반발을 우려한 구청의 형식적인 단속 때문에 주말 오후시간은 물론 평일 출·퇴근 시간 도로가 주차장으로 변하는 등 몸살을 앓고 있다. 반면 인근 주택가 이면도로는 불법 주·정차 단속이 비교적 수월하다는 이유로 단속이 집중되고 있다.

중구 대봉동 한 주택가의 경우 주차구역이 아닌 곳은 세워놓기가 무섭게 단속을 당하고 있다. 주민 안모(29)씨는 "이면도로지만 도로 폭이 넓어 차량 소통에 불편이 없는데도 하루 3, 4대씩 같은 장소에서 차가 견인된다"며 "주차단속에도 '목 좋은 곳'이 있는지 궁금하다"고 말했다.

중구청의 경우 이처럼 분별없는 단속을 항의하는 민원이 하루 십여건씩 접수되고 있다. 중구청 주차단속과 관계자는 "인쇄골목 같은 곳은 상인들의 강한 반발을 우려해 집중적인 단속을 벌이기가 힘들다"며 "하지만 주택가 이면도로에선 원칙대로 단속을 펴고 있다"고 해명했다.

최병고기자 cbg@imaei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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