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의사윤리지침'이 낙태를 폭넓게 인정하는가. 답은 '아니다'이다. 형법 제270조는 임부의 촉탁이 있을지라도 의사가 낙태에 관여하지 못하도록 규정하고 있고 낙태는 형법에서 정한 죄이기 때문이다. 그리고 모자보건법 제14조는 의사는 본인과 배우자의 동의를 얻어 제한적으로 인공임신중절수술을 할 수 있도록 허용하고 있다. 낙태는 어떤 경우라도 위법이고, 인공임신중절수술은 모자보건법이 허용하는 한에는 적법하다. 그러나 의료행위로서 낙태와 인공임신중절수술은 같다. 이와 관련, 지난 15일에 공포한 의사윤리지침은 제54조 제2항에서 '의사는 의학적.사회적으로 적절하고 합당한 경우라도 인공임신중절수술을 시행하는 데 신중하여야 하며, 산모의 건강과 태아의 생명권에 특별한 주의를 기울여야 한다'고 명시하였다. 요컨대 법률은 행위에 대한 규제를 정하였고, 의사윤리지침은 건강과 생명에 대한 존중을 강조하였을 뿐이다.
의사윤리지침의 배경으로 법이 미치지 못하는 현실을 감안해 볼 필요가 있다. 예를 들어 중학생인 딸이 가출했다가 돌아왔는데 임신 3개월이라는 것이다. 우리 현실에서 미성년에 대한 성교육은 철저하지 못하고, 미혼모에 대한 사회적 인식은 차갑다. 과연 누가 아이를 낳아 기르도록 주장할 수 있는가. 이런 경우라 할지라도 인공임신중절수술은 법적인 제재를 받는다. 그래서 의사윤리지침은 '법에서 허용한 경우'라 하지 못하고, '의학적.사회적으로 적절하고 합당한 경우'라고 하였다.
우리 나라에는 인공임신중절수술이 많이 시행된다. 너무 쉽게 시행된다는 점도 수긍한다. 심지어 7개월짜리 태아를 낙태하고 약물을 투여하여 사망케 한 의사도 있다. 그러나 이것만이 전부는 아니다. 의사윤리지침이 '낙태'뿐 아니라 여러 가지 '생명윤리'에 관한 사회적인 시각을 넓히고 여기에 대한 논의를 촉발시키기를 기대한다.
이윤성 (서울의대 법의학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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