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평생에 오늘처럼 기쁜 날도 있네요". 치욕스런 일본군 위안부의 상처를 안고 살아가는 김분선 할머니(80·대구시 달서구 상인동)는 난생 처음 생일케익을 자르며 울었다. 자신의 팔순 축하잔치 자리에서였다. 통한과 기쁨이 교차하는 눈물이었다. 잔치에 온 같은 처지의 할머니들도 눈가를 훔쳤다.
16일 '정신대할머니와 함께 하는 시민모임'이 마련한 팔순잔치의 주인공 김 할머니는 한복을 곱게 차려입고 이날만큼은 춤을 추었다. 그런 김 할머니에게 친지들과 시민모임 회원들은 큰 절을 올리며 만수무강을 빌었다.
경북 칠곡에서 태어난 그는 15살 나던해 고향 뒷산에 나물을 뜯으러 갔다 '공장에 취직시켜 주겠다'는 일본인의 말에 속아 일본, 만주, 대만, 마닐라 등지로 끌려다녔다. '하나코'로 불린 할머니는 아침10시부터 밤11시까지 줄을 선 일본군인에게 짐승처럼 당했고, 6년만에 돌아왔지만 부끄러워 고향을 찾지 못했다. 그 사이 아버지는 홧병으로 죽고, 남동생은 6·25때, 어머니 또한 얼마 뒤 세상을 달리했다.
김할머니는 "시집도 못 갔으니 지금까지 혼자 살았어요. 우리의 억울한 고통에 대해 일본측의 보상과 정부의 따뜻한 관심을 바랍니다"고 마지막 소원을 말했다. 참가자들은 할머니에게 선물을 전달했고, 10년, 20년후에도 생일상을 차려드릴 수 있기를 기원했다.
시민모임 박은희 사무국장은 "김 할머니와 같은 일본군 위안부 피해자들에 대한 사회적인 관심을 환기시키기 위해 행사를 마련했다"고 말했다.
최병고기자 cbg@imaei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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