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그래도 폭력시위는 안된다

입력 2001-11-14 21:01:00

13일 서울 도심 곳곳에서 벌어진 전국 1만2천여명의 농민시위는 수도권교통을 완전 마비시키는 폭력으로 일관됐다. 물론 농민들이 이렇게 과격하게 시위를 벌이게 된 그 배경을 우리도 이해 못하는바 아니다. 피땀 흘려지은 쌀값이 폭락한데다 그나마 수매보장도 안되고 있는 상황에서 WTO의 협상으로 곧 쌀수입이 개방되면 가뜩이나 어려운 농촌경제는 그야말로 붕괴될 수밖에없기 때문에 정부의 양곡정책을 나무라고 그 시정을 요구하는 농민들의 주장은 누가 들어도 지나치다 할 수 없다.

오히려 정무의 무능함을 탓하지 않을 수 없는 상황이다. 문제는 정부가 농민들의 요구에 시원한 답변을 못해줄 처지에 있다는데 있다. 농촌 문제가 어제 오늘불거진 것도 아니고 벌써 수십년 누적된 결과인데다 특히 현 정권은 대선공약으로 농촌경제의 획기적인 개선책들을 내놓은 터이기에 더욱 농민들의 분노에 공감을 표시하지않을 수 없다.

또 현정권은 지금까지 농촌경제의 구조적인 문제에 대한 시원한 처방을 내놓지 못한 어정쩡한 입장에서 우물쭈물하고 있었는데다 국제적인 농산물개방 압력에 내놓은 뚜렷한 카드도 지금으로선 거의 없어 보인다. 그래서 농민들의 다소 거친 시위에도 그럴 수 있겠다싶은 생각이 앞서는게 솔직한 우리의 입장이다.

그러나 아무리 그 주장에 타당성이 있다해도 그걸 관철하는 수단이 국민들의 공감대를 벗어나는 행태는 옳지 못할뿐 아니라 자칫 그 주장자체의 설득력까지 잃는다는 사실을 농민들은 유념해야 한다. 전국에서 집결한 1만여명이 넘는 시위 그 자체로도 정부에 대한 압력이 되고도 남는다.

그런데도 일부 시위농민들이 가로에 불을 지르고 차량을 뒤엎으면서 그걸 제지하는 경찰관들에게 죽봉 등으로 무차별 폭력을 휘두른 행태는 도저히 용납할수 없는 처사이다.

만약 모든 시위가 이렇게 폭력으로 일관한다면 이 나라는 어떻게 되겠는가.

따라서 농민들은 이번을 계기로 이성을 되찾고 정부도 법을 엄격히 세워 폭력시위가 난무하는 선례가 되지 않도록 대처해야 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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