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통령께서 민주당 총재직을 내놓으신지도 벌써 엿새가 됐습니다. 반세기 가까운 정치역정을 달려온 분이라는 점에서 만감이 교차하리라 생각됩니다.대통령께서는 지난 54년 정계 입문 이후 87년 평민당을 시작으로 총재직을 맡았다가 다섯번째로 총재직을 내놓은 셈입니다.그러나 이번 총재직 사퇴는 다른 정치적 모색을 위한 방편이었던 이전의 경우와는 상황이 확연히 다른 것입니다. 집권당 총재이자 국정을 책임진 대통령이라는 점에서, 그것이 국정 전반에 미칠 파장 또한 엄청나다는 점 때문입니다.특히 우리나라 정치 풍토에 비춰볼때 임기가 15개월이나 남은 상황에서 대통령이 여당 총재직을 사퇴한다는 것은 그 자체로 고뇌에 찬 결단으로 평가될 것입니다. 물론 여당의 총재직을 버리지 않으면 안될 정도로 상황이 이렇게 된 데는 대통령 자신의 책임이 켤코 적지 않다는 말씀을 감히 드립니다. ◈여당총재 짐 벗어던진 김대통령
지난 3년8개월여 집권기간동안 실정이 적지 않았다는 사실을 대통령께서도 부인하지는 못하실 겁니다. 먼저 인사정책을 지적하지 않을 수 없습니다. 인사때마다 내사람 심기, 호남편중인사 시비가 끊이지 않았으며 '국민의 정부가 아닌 호남정부'라는 비난을 자초했습니다. 그때마다 대통령께서는 '지난날의 잘못을 바로 잡아가고 있는 과정에서 나오는 불평'쯤으로 치부하셨습니다.그러나 잘못된 인사는 정책 혼선과 실패로 이어졌고 정치권의 갈등과 대립, 민심이반을 심화시켰습니다. 의약분업, 교육정책 등의 국정 난맥상이 얼마나 국민들을 지치고 짜증나게 만들었는지 잘 아실겁니다.건국이래 첫 여야 정권교체라고 자부했지만 실망스런 모습 만을 거듭, 국민에게 시름만 깊게해 주었습니다. 대통령의 총재직 사퇴로 많은 국민들이 권력누수 현상을 걱정하고 있으니 일면 딱하기까지 합니다. 그러나 그 반대로 생각하면 대통령께서 여당 총재라는 짐을 벗어던진 만큼 여야를 초월하고 정쟁에서 자유로워져 국정에 전념할 수 있는 계기가 마련된 셈입니다.천주교가 '내탓이오' 운동에서 최근 '똑바로' 운동이란 새로운 정신운동을 전개하고 있는 것을 잘 아실겁니다. 우리 국민과 정치권은 물론 대통령께서도 귀담아 들어야 할 경구가 아닌가 싶습니다. 지금 우리는 너나 할 것 없이 '네탓 내탓'만 할 때가 아니라 '똑바로'해야 할 상황이기 때문입니다.
최근에 있었던 군과 경찰 수뇌부 인사에서 보여준 '탕평책'에 국민들이 전에 없는 호평을 내리고 있다는 사실은 많은 것을 시사해주고 있습니다. 대통령께서 지금 가장 먼저 그리고 혼신의 힘을 쏟아야 하실 일은 전면적인 국정쇄신입니다. 특히 정권재창출에 대한 유혹과 미련은 과감히 버려야 합니다. 남은 임기동안 '똑바로' 국정에만 전념하십시오. ◈'똑바로' 국정에만 전념해야
대통령께서도 13일 정치적 고향인 광주에서 "훌륭한 대통령이 되기 위해 노력할테니 2003년에 물러날 저를 축복해 줄 수 있기를 바란다"고 말씀하셨습니다. 그렇게만 하신다면 국민들도 더이상 대통령을 탓하지 않고 이 나라를 바르게 이끌어 갈 수 있도록 대통령을 도울 것입니다. 이는 대통령을 위해서라기보다는 위기에 처한 나라를 구하는 모든 국민의 임무이기 때문입니다. 최초의 남북정상회담으로 민족의 가슴을 뭉클하게 해 준 대통령, 노벨평화상을 수상한 자랑스런 대통령, 전임 대통령들보다 더 오래오래 기억되는 대통령이 될 수 있도록 유종의 미를 거둬주시기를 간절히 바랍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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