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형님과 누나들이 서로 간을 떼어주려고 앞다퉜다니 너무 고맙습니다". 경북대병원에서 두차례에 걸쳐 간 이식 수술을 받고 의식을 회복한 김영환(43.대구시 중구 남산동)씨는 그렇게 말했다. 지난달 15일 입원한 김씨는 간암과 심한 간경화로 한시가 급한 상황이었다. 자동차 부품상회를 하며 단란한 가족을 꾸려가는 김씨에게 청천벽력이었다. 가족들은 간 이식을 서두르며 기증자를 수소문했으나 소용이 없었다.
이 때 김씨의 형제들이 달려 들었다. 연로한 큰 형과 작고한 둘째 형을 제외한 나머지 4남매들이 모두 나서 간 이식 적합 여부를 검사받았다. 맨 먼저 큰 누나 순향(55)씨가 적합판정을 받자 지난 달 22일 20시간이 넘는 대수술 끝에 간 일부를 동생에게 줬다.
하지만 김씨의 상태는 나아지지 않자 지난 4일 셋째 형 영태(49)씨가 수술대에 올랐다. 이번에는 지방간이 심해 부적합 판정이 내려졌다. 이 소식을 들은 셋째 누나 분임(44)씨가 달려왔다. 마침내 간 이식이 이루어졌다.
영태씨는 "분임이는 남편도 간경화로 고생하고 있어 간이식이 힘들었을 텐데 선뜻 나서줘 너무 고마웠다"며 "이번 일을 통해 형제간의 뜨거운 사랑을 확인했다"고 환하게 웃었다.
이들 남매의 '아름다운 헌신'소식을 들은 병원 환자, 보호자들은 삭막한 세태속에서 찾아보기 힘든 우애라며 칭찬하고 있다. 김씨와 같은 병동의 환자 보호자는 "김씨 남매의 얘기를 듣고 진한 감동을 받았다"며 "혈육간의 정이 무엇인가를 새삼 되새기게 하는 아름다운 모습"이라고 말했다.
김씨의 간이식 수술을 맡은 김양일(이식혈관외과) 교수는 "남매들이 그렇게 애를 썼는데 수술경과가 좋아야 하지 않겠느냐"며 "첫 수술때 보다 경과가 좋지만 아직도 약물치료 등을 통해 더 두고봐야 최종 결과를 판단할 수 있을 것 같다"고 말했다.
정욱진기자 penchok@imaei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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