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제 : 아래 제시문을 읽고 참고하여 기생 독신자가 발생하는 사회.경제적 배경을 논증하고 이러한 계층의 출현을 막을 수 있는 대안을 모색하라.
명문대 불문과를 졸업한 김모씨(28, 여)는 부모님과 같이 살고 있다. 대학 졸업후 마땅히 할 것이 없기도 하고 공부도 더 해야 할 것 같아 대학원도 나왔다. 그러나 연속되는 경기 침체로 원하는 수준의 일자리가 없어 학교 조교 월급과 아르바이트 수입으로 용돈을 충당하고 있다.
사실 차비만 있으면 먹고사는 데는 별 걱정이 없다. 가끔씩은 부모님으로부터 독립해 사는 친구들이 부럽기도 하지만 돈 한 푼 들일 필요 없이 잘 곳과 식사, 게다가 청소와세탁 등까지 제공되는 본가를 떠날 생각이 추호도 없다. 가끔 엄마가 사오는 화장품을 얻어 쓸 수도 있고 아빠에게 들어오는 선물도 대부분 자기 차지다.
김씨가 버는 돈은 대개 옷을 사거나 노는 데 쓴다. 엄마가 기분 좋을 때는 같이 백화점을 가 옷도 얻어 입을 수 있다. 전에는 '짝퉁'(명품을 그대로 카피해 만든 제품)도 많이 사용했지만 요즘은 그러면 창피해서 나갈 수가 없다. 소위 '명품 바람' 때문에 핀 하나도 10만원이 넘는 것은 물론이고 가방도 몇 십만 원을 호가한다. 명품만으로 치장하기에는김씨가 버는 돈을 모두 투자해도 어림없다. 그러니 부모로부터의 독립은 꿈도 못 꾼다.
가끔 엄마가 "친구 아무개의 딸은 직장 다니면서 집에 돈도 보탠다던데……" 라거나 "빨리 시집가라"고 불만을 표시하면 "내 친구 중 벌써 결혼한 애 하나도 없어. 그리고 용돈 안 달라는 게 어디야, 엄마"라며 딴청이다. 마음에 딱 맞는 직장이 나타나지 않는 한, 계속 대가 없이 아늑한 환경을 제공해 주는 본가에서 살 예정이다.
이렇듯 성인이 되고서도 부모와 동거하면서 사치성 소비에 몰두하는 기생 독신자(寄生獨身者)의 증가가 경제의 활력을 떨어뜨린다는 재미있으면서도 한편으로는 심각한 연구결과가 나왔다. LG경제연구원이 최근 내놓은 보고서에 따르면 일본과 사회·경제적 여건이 비슷한 우리나라에서도 기생독신자와 관련한 문제가 잠재되어 있으며 이를 위한 대책 마련이필요하다. 이들의 증가가 경제의 활력 저하로 이어지는 악순환이 일어나지 않도록 젊은 층의 독립을 촉진하기 위한 여건을 조성해야 한다는 것이다.
야마다 마사히로 교수는 이들을 '패러사이트 싱글'(Parasite.기생독신자)이라고 명명하면서 일본 경제의 장기침체 원인 중 하나라고 말한다. 패러사이트 싱글은 부모와 동거하면서 주거나 가전제품, 자동차 등을 거의 공짜로 사용하는 반면 자신이 번 돈은 유흥비나 사치성 물품 구입에 쓰는 미혼 남녀를 뜻한다. 일본에서는 이런 기생독신자들이 1천만 명을 넘는다고 한다. 젊은 층은 점점 편안한 생활과 고급 직장을 선호하는 반면, 일본 경제는 장기 부진을 보이면서 일자리가 줄어들고, 결국 부모로부터 독립하기 어렵게 된 젊은이들이 부모에 얹혀 살면서 기초생계비 부담을 줄인다. 마음에 맞는 직장을 잡을 때까지는 아르바이트 등으로 용돈을 벌고 이를 이용해 소위 '명품' 외제 장신구를 구입하거나 해외여행, 유흥 등을 즐긴다.이들이 문제가 되는 이유는 우선 일생에서 가장 생산 능력이 왕성한 시기의 젊은 노동력이 경제 활동에 효율적으로 투입되지 못한다는 점이다. 또한 이들의 소비지출이 국가의 산업에별로 도움이 되지 않는 사치성 소비로 편중되어 주택이나 자동차, 가전제품 등의 기초적인 소비재 수요 부진의 원인이 된다는 것이다.
일본 백화점 등에서 실시한 사치성 소비재의 소비자에 대한 통계조사가 이를 입증한다. 100만원이 넘는 외제 핸드백을 거리낌없이 사는 고객들을 살펴보면 번듯한 직업을 갖고 있거나 남편의 소득이 높은 중년 여성보다는 아르바이트생이거나 말단직에 있는 젊은 여성이 더 많다는 것이다.
물론 비슷한 현상은 일본뿐만 아니라 대부분의 선진국들도 지난 1970년 이후 고도성장경제에서 저성장 경제에 접어들면서 겪은 일이다. 고도 성장기에는 농촌에서 도시로온 젊은이들이 가난한 독신 생활을 거쳐서 집과 가전제품 등을 마련하고 가정을 만들어 왔다. 이들의 다음 세대는 고도성장 마감기에 부딪히면서 미래 소득에 대한 불안감을 갖게되었지만 이미 풍요롭고 편리한 도시 생활에 익숙해졌다. 결국 젊은이들의 취업난이 심각한 사회문제화되고 나이로는 성인이 됐지만 어른 노릇을 하지 못하는 젊은 층이 늘어나고이들을 지칭하는 '포스트 청년기'라는 용어가 유행하기도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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