재활용 수거품 일반 쓰레기 '범벅'

입력 2001-11-09 14:08:00

7일 오전 11시쯤 대구시 동구 신암동의 한 주택가 골목. 전봇대마다 신문지, 종이상자, PET병 등 재활용 쓰레기가 수북이 쌓여 있었다. 주민들이 구청의 재활용쓰레기 수거차량 운행에 맞춰 내놓은 것이지만 이 속에는 고장난 시계, 전화기, 전구, 깨진 그릇 등 온갖 비(非)재활용 쓰레기들이 뒤섞여 있었다. 각종 PET병엔 담배꽁초 등 오물이 가득했다. 동구청 청소과 관계자는 "주민들이 재활용쓰레기는 종량제봉투에 넣지 않아도 된다는 점을 악용해 일반쓰레기까지 뒤섞어 내놓고 있다"며 "각종 오물로 뒤범벅된 재활용쓰레기가 많아 수거하고 분리에 애를 먹고 있다"고 말했다.

빗나간 시민의식 때문에 자치단체들이 시행하고 있는 재활용쓰레기 수거 및 활용사업이 예산만 잡아먹는 '골칫거리'로 전락했다.

자치단체 마다 재활용쓰레기에 섞여 있는 일반쓰레기를 분리하는데 막대한 예산을 들이는 바람에 재활용쓰레기사업이 적자투성이고, 소비자들의 외면으로 재활용품 판매업소도 문을 닫고 있다.

대구 동구청의 경우 지난해 재활용쓰레기 수거에서 분리까지 23억원을 들였지만 이들 쓰레기를 재활용업체에 납품하고 벌어들인 돈은 5억원에 그쳤다.

동구청 관계자는 "하루동안 수거한 재활용 쓰레기에서 일반쓰레기를 분리해 내는데만 다시 하루가 걸릴 정도"라며 "인건비를 포함한 이 비용이 한번에 수백만원씩 들어 적자를 면할 수 없다"고 말했다.

이와 함께 경제난속에서도 재활용 제품의 소비가 거의 사라져 재활용 사업이 존폐의 기로에 서 있다.

대구에 유일했던 달서구 이곡동 ㄱ재활용품 매장은 올들어 계속되는 적자로 문을 닫았으며, 한국재활용제품소비촉진운동 대구본부가 한국자원재생공사에 위탁해 성서공단에 마련한 전시·판매소 역시 올 판매액이 120만원에 불과한 실정이다.

대구본부 복진복 사무국장은 "일회용 도시락, 화장지, 슬리퍼 등 재활용품은 일반 제품보다 30% 싸고 환경친화적 상품인데도 찾는 사람이 갈수록 줄고 있다"며 "경기는 바닥이라는데 소비자들은 왜 비싼 일반 제품만 선호하는지 모르겠다"고 말했다.

사회1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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