힘든 고개는 넘었다. 7일 수능을 마친 수험생들은 내년 2월 말까지 100여일간 기나긴 대입 장정의 길에 나선 셈. 이제 다음달 3일 발표되는 수능성적만 넋 놓고 기다려서는 안된다.
특히 이번 입시에는 4년제 대학과 전문대가 시차없이 전형을 치른다. 수능 점수를 받고 난 뒤 대학을 고르기엔 시간이 부족하다. '대학 간판'보다 취업 전망과 개성.적성을 우선 고려하고 스스로 판단에 따라 대학과 학과를 선택해야 한다.
끝이 안보이는 취업난을 감안한다면 4년제 명분보다 전문대 실리를 좇는 것이 현명한 선택이기도 하다.
▲위기가 곧 기회다
고3 교실은 '11.7 충격'에 휩싸여 있다. 기대치에 턱없이 모자란 잠정 점수에 놀란 학생은 물론 진학지도 교사들조차 갈팡질팡이다. 평소 모의고사에 비해 중위권은 50~60점 가량 떨어질 것으로 예상되기 때문에 아예 진학지도 틀을 새로 짜야 할 형편이다.
게다가 교육과정평가원은 수능성적 분포도를 발표하지 않을 방침이다. 수험생들은 자신의 점수가 어디쯤에 위치하는지 알 수 없다는 뜻. 입시학원 관계자들은 정시모집 합격선이 낮아지고 수험생 안전지원 탓에 '눈치작전'이 심화될 것으로 예상하고 있다.
그러나 뒤늦게 눈치작전에 뛰어드는 것만이 능사는 아니다. 특히 대학 졸업장이 목표가 아니라 전문 직업인이 될 생각이라면 지금부터 정신을 바짝 차려야 한다. 올해처럼 입시 전망이 안개 속을 헤맬 때는 알짜 정보를 가진 수험생이 훨씬 유리하다.
모든 대학들이 인터넷 홈페이지에 입시 요강을 올려놨다. 희망 대학.학과의 목록을 작성한 뒤 지원 스케줄을 짜야 한다. 대학별 수능 가중치 적용 여부와 면접.논술 등의 전형일자 파악은 기본. 올해 입시를 한마디로 정의한 말은 '아는 만큼 대학 문이 넓어진다'는 것이다.
▲전문대 유망학과를 공략하라
4년제 대학 졸업생들의 전문대 재입학 비율이 해마다 늘고 있다. 대구지역 일부 전문대 경우 매년 신입생의 20~30%가 4년제 졸업생들로 채워진다. '별 볼일 없는' 4년제 졸업장 갖고 있어봐야 아무 짝에도 쓸모없다는 뜻.
특히 내년부터 전문대를 졸업한 뒤 지방 4년제 대학에 무시험 편입할 수 있는 제도적 장치가 마련되기 때문에 전문대별 유망학과를 눈여겨 볼 만하다. 취업률도 전문대가 훨씬 높다. 요즘 기업들은 신입사원 재교육에 투자하기보다 입사 즉시 현장에 투입할 수 있는 실무인력을 선호한다.
ㅅ전문대 2학년 이모양(21)은 "입학 당시 지방 4년제 대학 중위권 학과는 무난할 정도의 성적이었지만 전문대를 택했다"며, "성적이 좋다보니 2년간 장학금을 받았고 졸업 후 취직도 결정된 상태"라고 했다.
컴퓨터 분야 전공인 ㅇ전문대 1학년 지모군(20)은 "2학년 선배 대부분이 벌써 취업이 결정된 상태"라며 "본인만 열심히 한다면 오히려 4년제 졸업생보다 유리한 조건으로 입사할 수 있다"고 말했다.
▲전문대 준비, 서둘러야 한다
전문대를 만만하게 봐서는 큰 코 다친다. 특히 올해는 작년과 달리 4년제 일반대 전형기간 중에 상당수 전문대가 원서접수를 마감한다. 작년엔 4년제와 동시에 전형한 전문대가 8개에 불과했지만 올해는 전체 158개 대부분이 4년제와 동시에 학생을 선발한다.
때문에 지원대학과 전형방법을 그만큼 일찍 선택해야 한다. 4년제 일반대 '가'군 전형기간(12월14~31일)에 2개 대, '나'군 기간(내년 1월2~19일)에 50개 대, '다'군(내년 1월20일~2월2일)에 계명문화대 등 106개 전문대가 전형을 실시한다. 4년제에 지원해 불합격을 확인한 뒤 전문대를 선택하려 해서는 시기를 놓치기 십상이라는 얘기.
게다가 전체 전문대 중 139개대가 면접을 치르지 않기 때문에 복수지원할 기회도 많다. 또 각종 대회 입상자.벤처창업자 등 수험생 특기.경력을 우대하는 대학별 독자전형 선발인원도 크게 늘어났기 때문에 모집요강을 꼼꼼히 살펴봐야 한다.
▲전문대 선택, 이것만은 챙기자
내년부터 3년제로 바뀌는 학과가 많다. 전국 전문대의 유아교육과는 모두 3년제로 바뀌었다. 이밖에 컴퓨터정보 및 건축계열 학과들도 대학에 따라 3년제로 전환한 곳이 많다. 아직 3년제 학과 지원의 유.불리는 논란이 되고 있다. 다만 같은 학과라도 대학에 따라 2, 3년제가 있을 수 있기 때문에 대학별 모집요강을 비교해 봐야 한다.
또 내년부터 전문대 졸업생의 4년제 대학 정원외 편입학이 가능해진다. 전문대와 교류협약을 맺은 4년제에 한해 3학년 정원의 3%(모집단위별 정원의 10%까지)까지 특별전형으로 입학할 수 있다. 당장 4년제 유망학과 입학 성적이 안된다면 전문대에서 2년간 열심히 공부한 뒤 특별전형을 노려볼 만하다는 뜻.
단 4년제 편입은 수도권 외 대학에 제한된다. 때문에 지역 전문대학들은 지난달부터 4년제 대학들과 잇따라 협약을 맺고 있다. 1개 전문대가 여러 4년제와 협약을 맺기도 한다. 편입학을 염두에 둔 수험생들은 지원할 전문대가 지역의 어느 4년제 대학과 협약관계에 있는지 챙겨봐야 한다.
김수용기자 ksy@imaei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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