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선조시대에 신분상승의 첩경은 무어니해도 과거(科擧)에 급제(及第)하는 것이라고 봐야 할 것이다. 대과(大科)의 갑과(甲科)에서 장원급제를 하면 요사이 말로 출세의 길이 활짝 열리고 배출한 문중에서는 이를 알리는 잔치가 한달이 넘도록 벌였을 정도다. 급제자를 배출한 고장 역시 서당이나 향교(鄕校)에서 선비들이 배움의 태도나 길을 놓고 열띤 토론으로 밤을 지새웠었다고 한다. 장원급제자를 많이 배출한 선산(善山)지역에서는 산봉우리를 '장원봉(壯元峰)'으로 명명했었다. 신분유지와 신분상승을 향한 의지의 표출로 볼 수 있다.
'한국 학생들이 사생결단(Do or Die)의 시험을 치른다'영국 국영방송 BBC는 어제(7일) 수능시험을 치른 우리 고등학생들의 딱한처지(?)를 이렇게 보도했다. 이 방송이 이런 표현을 한 밑바탕은 한국의 수능시험이 수험생들의 인생을 결정지울 절대요인으로 치부하는, 그쪽으로서는 이해하기 힘든 상황이 깔려있다. 많은 한국인들은 일류대학에 들어가는 것을 인생에 성공하는 지름길로 알고 있으며 대학에 대한 지나친 집착이 사회문제가 되고 있다는 등 병폐를 꼬집었다. 어떻게 하든 대학만 들어가면 좋은 직업, 좋은 배필 등은 따논 당상으로 여기는 우리의 의식구조를 비판한 것이 아닌가.
사실 좋은 대학만 들어가면 일생의 진로와 미래가 좌우되는 우리 사회는 어떻게 보면 방향감각을 상실한 것인지도 모른다. 대학 4년간 적당하게 학점만 따고 나오면 평생 일류대학 졸업자로 대우 받는 게 보편적인 현상이기 때문에 상당수 젊은이들은 20대 초반부터 좌절감으로 희망을 잃는다. 치열한 고민없이 그저 그런대로 4년간을 휩쓸려 살아도 언제나 소위 일류대학 출신자는 채용시험에서부터 후한 대접을 받게 돼 있다. 대부분 기업에서는 필기시험을 치르지 않고 곧장 면접자를 가려내기 때문에 이래저래 수능시험에 실패한 젊은이는 항상 하중(荷重)을 느끼면서 살아간다.
우리의 고질적인 병폐의 하나인 3D도 대학 양산체제가 부른 것으로 볼 수 있다. 더럽고(Dirty), 힘들고(Difficult), 위험한(Dangerous) 3D업종의 경시는 너도나도 대학으로 몰리는 '학벌인플레'가 가져온 병리(病理)현상이다. 지금은 또 집에서 거리가 먼(Distant) 외곽지 지역의 직장은 기피하려는 4D현상까지 나타나고 있다니 이들 모두가 '나 잘나고 너 못났다'는 절대 2분법의 사고(思考)의 팽배가 아닌가 싶다. 교육제도의 변화 필요성은 여록ㅅ에서 제기되고 있는 셈이다.
최종진 논설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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