출향문인들 고향 문학순례

입력 2001-11-05 15:58:00

경상도 '보리 문둥이'들이 고향을 찾았다. 비록 타관에 머물러 있지만 가슴 깊이 묻어둔 고향에의 그리움을 찾아 문학순례길에 나선 것이다.

서울 등지에서 활동하고 있는 대구경북출신 문인들의 모임인 보리회(회장 오양호 인천대 교수)가 3, 4일 이틀간 '우리는 고향으로 간다-고향 사람들과 만나는 나의 문학, 우리 문학' 기치로 귀향의 자리를 마련했다.

이날만큼은 평소 떨어져 살아온 지인들이 환한 얼굴로 서로를 맞이하며, 따사로운 가을 볕 아래 고향을 가슴으로 느껴본 소중한 기회였다. 비록 1년에 한 번 갖는 자리이지만 못내 잊을 수 없는 고향과 각자 자기 문학속에 갈무리해놓은 고향의 추억들을 풀어내며 함께 따뜻한 정을 나눴다.

3일 오후 대구문예회관에서 '고향과 문학'을 주제로 열린 강연회에는 소설가 김원일 이문열 박덕규 김태현씨와 평론가 오양호씨, 국문학자 조동일 교수, 시인 정호승 오정국 안도현 김완준씨 등이 대구의 문인, 독자들과 자리를 함께 했다.

공식적인 모임을 끝내고 자리를 옮긴 이들은 모처럼 고향에서 문단의 선후배가 둘러앉아 격의없이 얼굴을 마주했다. 비록 오고간 술잔이 통음으로 이어졌어도 그리 흠이 되질 못했다. 고향과 문학을 화제로 술잔을 기울일 수 있다는 것만해도 오랜 타향살이에서 무뎌질대로 무뎌진 보리 문둥이들의 향수를 달래기에는 충분했다. 이 자리에서 보리회 결성 20주년이 되는 2006년에는 한국 최초의 시비가 있는 달성공원에서 대구시민들이 참가하는 대규모 문학축제를 열어보는 것도 좋겠다는 등 많은 이야기도 오고 갔다.

내년 귀향문학행사는 안동 지방에서 마련해볼 생각이라고 밝힌 소설가 김원일씨는 "안동, 영양, 청송 경북북부지방은 한국 현대문학사에서 수많은 문인들을 배출한 고향이기에 뜻깊은 행사가 될 것"이라고 말했다.

늦가을 휴일의 여유로움이 밀려드는 4일 오전, 회원들은 두류공원 인물동산을 거쳐 달성공원 상화시비를 둘러보고, 국채보상공원 시비를 찾아보는 순례행사를 마지막으로 내년을 기약하며 서둘러 귀경길에 올랐다.

조향래기자 swordjo@imaei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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