멀쩡한 사람도 예비군복 입혀 놓으면 뭐가 된단다. 넥타이 맨 정장차림으론 감히 생각지 못할 과감한 행동이 이 옷만 걸치면 예사로 나오니 하는 말이다. 물론 다 그런 건 아니지만 대개는 말투부터 거칠어지고 심지어 백주대로에서 노상방뇨도 불사한다. 또 있다. 평소 그렇게 고상하던 이도 운전대만 잡으면 욕쟁이가 되기도 하고, 쪼잔하다 싶을 정도로 양보심도 없다. 끙끙대며 힘들게 차로변경을 시도하는 초보에게도 얄미울 만큼 야박하다.
왜들 이럴까? 예비군복과 같은 유니폼 속이나 승용차의 차창 속에 자신을 가두면 저도 모르게 간이 커지고 본색이 드러나는 것일까? 욕을 먹어도 자신이 아닌 유니폼이 먹게 되니 간이 커질 수도 있겠다. 차 속에서도 그렇다. 동승자라고 해봐야 거의 공범(?)에 가까운 사람들일 것이고 다른 차에서는 자신을 알아 볼 수 없으니 본색이 드러난들 어떠리.
오프라인 뿐만 아니라 온라인에서도 마찬가지다. 직무상 시청과 시의회 게시판을 수시로 열람하고 있지만 자신을 감춘 익명의 게시물에서는 의미 있는 글을 찾기가 쉽지 않다. 더러는 고발성 내용으로 불가피한 것도 있지만 대부분은 일방적인 자기 주장에다 험악한 소리를 섞어 함부로 내뱉은 글이다. 논쟁이라도 벌어지면 아예 욕대거리 경연장이 되고 만다. 정도가 지나쳐 삭제라도 하면 삭제했다고 또 한바탕 퍼붓는다. 말 그대로 안면 몰수다.
이래서는 될 일이 아니다. 일상 생활 속에서 나를 가두는 곳은 화장실 정도면 족하지 않을까? 유니폼이나 승용차 속에, 또 온라인 게시판에서 자신을 감춰봐야 원초적 본색의 쾌감 말고는 얻을 것도 없다.
차창을 내리고 눈길을 마주쳐 보자. 기꺼이 양보해 줄 마음이 생기고 답례의 인사가 되돌아온다. 공공의 게시판에 자기 주장을 올릴 때 예의를 갖추어 실명을 올려 보라. 대접이 달라진다. e메일 주소라도 남기면 친절한 답신까지 받게 된다. 실명의 즐거움이다.
대구시의원.교육사회위원회 간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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