쌀값추락-농민들의 활로 뚫기

입력 2001-11-01 00:00:00

악화된 쌀 시장에서 다른 쌀과의 차별화를 통해 독보적인 입지를 확보하려는 농민이나 가공업체들의 노력도 이미 활발히 진행되고 있다. 그 상징적인 것이 '얼굴 있는' 브랜드 쌀. 친환경 재배는 물론, 특별한 영양제를 사용했거나 저장법까지 특화했음을 강조하는 것이다.

의성 단북면 성암리 일대에서는 황토흙 논 22ha에서 매년 100여t의 쌀을 생산해 '황토쌀'이라 이름 붙였다. 군 농업기술센터 백인환 소장은 "품질을 인증받아 10kg에 3만원이나 받고 있다"고 했다. 안동에서는 별신굿 탈놀이에서 이름을 따 풍산농협이 탈 시리즈 브랜드를 내 놓고 있다. 1998년의 양반쌀을 시작으로 올해는 '미인'(米人) '만추'가 등장했고 각시탈 쌀도 그 중 하나. 활성탄과 부엽토를 밑거름으로 넣었다 해서 우수 농산물 품질 인증도 받았다.

게 껍질이나 불가사리, 한약재 등을 비료로 사용했다는 쌀도 나와 있다. 영덕 병곡농협의 키토산 칠보미는 게 껍질로 액상비료를 만들어 쓴 것. 생산 4년만에 재배 면적이 55ha로 늘었지만, 신영달 상무는 "없어서 못 판다"고 했다. 남정농협의 '햇님 가사리쌀'은 불가사리 액상비료에다 활성탄.목초액 등을 사용, 이종각 상무는 "유익한 미네랄 성분이 많아 맛이 특별하다"고 했다.

영천 남부동 유기농업단지에서는 농약이나 화학비료 대신 십전대보탕을 영양제로 채택했다. 팔리는 값은 5kg당 무려 1만5천원. 영천 북안농산은 올해 송이버섯 균사체를 쌀에 접목시켜 '송이랑 쌀이랑'을 개발해 오는 10일쯤부터 출하할 예정이다. 쌀에 송이 맛을 더한 셈으로 kg당 무려 1만4천500원이나 하는 초고가. 이광식 대표는 "100억원대의 기능성 쌀시장에서 10% 이상 시장을 확보하는 것이 목표"라고 했다.

영천에서는 (주)그린윈드 윤종국씨의 저온저장 쌀 진성특미(5kg 1만8천원), 농업기술센터의 친환경 은하수쌀(10kg 3만원)도 나오고 있다.

어떤 농민들은 오리나 우렁이를 활용해 농사 지었음을 브랜드로 강조하고 있다. 영주 안정면 황갑식씨는 1996년부터 논에 오리를 풀어 제초­제충 작업을 하도록 시키면서 그 배설물은 거름이 되도록 해 '황부자 청둥오리쌀'을 생산하고 있다. 올해는 3ha에서 70여 가마를 주문 생산해 80kg 가마당 25만원이나 받았다. 영주 내줄동 김영만씨는 1천800여평 논에 우렁이를 풀어 차별화된 쌀을 생산하고 있다.문경 가은위탁영농 김중기씨, 가은농협 홍종대씨 등은 활성탄.목초액을 사용해 무공해 활성화탄 쌀을 내놓았다. 산양농협 문경새재 특미도 비싼 브랜드이고, 울진 온정농협은 게르마늄 쌀로 브랜드화 했다.

칠곡 가산면 영리 40여 농가는 함께 낙동강변 50여ha에서 금종쌀을 만들어 내고 있다. 이들은 5℃로 저온 저장하는 방법까지 개발, 늘 햅쌀밥 맛이 유지되도록 함으로써 80kg 가마당 시중가보다 2만원쯤 높게 내지만 도시 소비자 주문이 이어진다고 김종기씨는 말했다.

청도농협은 소싸움을 들어 '황소고집'이란 브랜드로 경쟁에 참여했고, 청송 안덕면 신성리 조현수씨는 무농약 청정쌀 '솔푸른 곳 청정 햅쌀'을 5kg당 1만3천원에 내고 있다. 예천에서는 옹골진쌀, 솔개, 진상미, 진품미, 고향쌀, 만석군, 부농쌀, 참청결미 등 무려 8개 브랜드가 탄생했다.

작년 현재 경북 전역 벼논 14만ha 중 브랜드 쌀을 생산한 것은 2만5천ha(17.8%) 정도. 생산량은 총 467만섬(68만t)의 20%(96만섬.13만9천t)를 차지했다. 경북도청은 작년 말 현재 도내에는 18개 시군 52개 시설.조직에서 60개의 브랜드쌀을 생산한 것으로 집계했고, 농림부는 식량 브랜드가 전국에 868개 있는 것으로 파악했으나 서울대 이변우 교수는 브랜드쌀이 1천300여종 될 것으로 판단했다.

이런 고품질 차별화된 쌀을 앞으로 우리 쌀농업이 가야 할 길이라고 판단하는 농림부 박해상 식량생산국장은 "그 비중을 2005년까지 50%로 끌어올릴 것"이라 했고, 그런 노력의 일환으로 오는 17일부터 이틀간 서울 코엑스에서는 농산물 브랜드 파워대전이 열릴 예정이다. 그러나 이변우 교수는 "브랜드쌀이 제대로 자리잡도록 하려면 일본처럼 품질보증을 위한 민간기구를 설립할 필요가 있다"고 지적했다. 사회2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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