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린이 액세서리 '고가 열풍'

입력 2001-10-30 15:09:00

29일 낮 12시 대구시 수성구 범물동 한 유치원 앞. 수업을 마치고 유치원 차량에 오르는 4~5살짜리 아이 상당수가 금으로 만든 액세서리를 부착하고 있었다. 금목걸이, 금반지, 금팔찌, 금귀걸이, 금 장식 머리핀 따위들이었다. 유치원 관계자는 "이곳 어린이 220명 중 70명 이상이 금 액세서리 하나 정도는 가지고 있다"며 "다른 유치원도 사정은 비슷하다"고 말했다.

가출 소녀들이 금목걸이를 한 5살짜리 여아를 납치한 사건에서 확인한 것 처럼 어린이 사이에 불고 있는 고가액세서리 붐이 범죄의 표적 위험을 안고 있다.

어린이들 사이에 '금' 바람이 분 것은 불과 1~2년 새. 처음엔 1~2만원 상당의 은목걸이에 메달을 달아 집주소와 전화번호를 새겨넣는 게 대부분이었으나 요즘은 5만~10만원대의 금붙이 장식물로 바뀌었다. 빗나간 경쟁심리 때문에 서너살짜리 자녀들에게 수십만원하는 금팔찌, 금귀걸이, 금머리핀을 해주는 것도 흔할 정도다. 유치원에 다니는 5살바기 아들을 둔 주부 이모(32. 대구시 수성구 범물동)씨는 "옆집아이가 10만원짜리 금팔찌를 차고 있어 아들에게도 똑같은 것을 해줬다"고 말했다.

대구 모 초등학교 권모(36.여) 교사는 "최근 수업시간에 20만원짜리 루비 반지를 끼고 있는 여학생을 단속했다. 학부모들에게 비싼 액세서리를 하지않도록 요청하지만 허사다"며 "요즘 아이들이 10만원, 20만원 정도는 아무렇지도 않게 여긴다"고 안타까워했다

한 금은방 주인은 "1~2년전엔 한 달에 10개 이상씩 팔리던 은제품 액세서리들이 요즘은 거의 나가지 않고 금으로 만든 어린이용 액세서리가 인기"라며 "최근에는 10만~20만원 상당의 사파이어, 자수정, 터키석, 루비 등을 찾는 엄마들도 늘고 있다"고 말했다.

사회1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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