개성 강한 한국영화 4편

입력 2001-10-27 15:27:00

11월 성격이 뚜렷이 대별되는 한국영화 화제작 4편이 잇따라 개봉돼 한국영화 호황바통을 누가 이어받을지 귀추가 모아지고 있다.

액션과 스케일로 승부하는 '흑수선', 조폭 소재와 코미디의 강세란 흐름을 타고 있는 '달마야 놀자'와 소시민들의 애환을 코믹물로 만든 '라이방', 새로운 감성과 스타일을 내세운 순정영화 '와니와 준하'가 그것.

11월 16일 개봉되는 '흑수선'은 지역출신 중견 배창호 감독이 오랫만에 메가폰을 잡아 50억원의 제작비를 들인 블록버스터급 영화. 오는 9일 개막식을 갖는 부산국제영화제 개막작으로 선정되면서 힘을 받고 있다.

한국전쟁 당시 포로수용소에서 맺어진 원한관계의 끈이 수십년이 지난 오늘까지 이어져 연쇄살인사건과 얽혀드는 이야기를 소재로 한 미스터리 형사액션물. 2만여평 규모의 거제도 포로수용소를 재현하고 일본 미야자키현의 적극적인 촬영지원 등 규모와 액션이 화제를 모았다.

중견감독에다 안성기, 이정재, 이미연 등 스타급 연기자들이 무게를 더한다. 그럼에도 '무사'를 비롯, 블록버스터급 영화들이 올해 제대로 된 성과를 거두지 못하고 있어 흥행여부가 주목거리.

11월 9일 개봉을 앞두고 있는 '달마야 놀자'는 올 한해 흥행을 주도한 '조폭'류. 그중에서도 상반기에 리얼리즘의 틀을 갖추었던 '친구'나 '파이란'에 비해 최근 코믹을 가미, 흥행에 성공한 '조폭 마누라'류다.

산사로 숨어든 조폭들과 산사를 지키는 스님들 간의 힘겨루기를 코믹하게 그린 영화로 과장된 상황에서 나오는 웃음보다는 스님과 건달이라는 이질적 집단이 만나 벌어지는 '문화충돌'로 인한 웃음이 다수를 이룬다. '아나키스트' 조감독 출신인 박철관 감독의 데뷔작. 박신양, 박상면, 정진영 등이 주연을 맡았다.

11월 23일엔 새로운 감성의 2001년 마지막 사랑영화로 기억되길 바라며 '와니와 준하'가 개봉된다. 올 하반기 개봉작중 그 정서가 가장 다른 영화임을 표방중. 어떤 유행과도 무관하고, 액션이나 스펙터클을 내세우지도 않으며, 제작비 규모도 평균선임에도 일부에선 '블록버스터 멜로'로 예상하고도 있는 작품. 동거, 이복동생과의 사랑이란 파격적 설정을 요란함없이 서정적으로 그려나가고 있다. 영화의 시작과 끝부분에 6분 가량의 수채화풍 애니메이션이 삽입되고 몇몇 주요 장면에서 만화적 상상력을 발휘한 장면구성을 선보이며, 기억이나 마음의 이미지를 시각적으로 펼쳐내면서 적잖은 볼거리를 선사한다. 1년반만에 스크린에 복귀한 김희선과 주진모, 조승우, 최강희 등이 출연한다.

11월 2일 개봉예정인 '라이방'은 올 전주국제영화제에서 첫 상영돼 호평을 받은 작품. 92년 '걸어서 하늘까지'로 데뷔해 '게임의 법칙'으로 '한국형 액션 느와르'라는 새로운 영역을 개척하면서 평단의 찬사를 받은 장현수 감독의 3년만의 신작. '라이방'은 직장과 가정 사이에서 버거운 하루를 버티는 세 명의 택시기사들의 일상을 유머러스하고 따뜻하게 그린 '휴먼 코미디'다. 기존 영화 예고편처럼 영화장면을 편집해서 사용하는 대신, '라이방'은 최근 '수다맨'으로 최고의 주가를 올리고 있는 강성범을 내세워 독특한 패러디 예고편을 제작해 화제가 되고 있다.

배홍락기자 bhr222@imaei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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